與 “MBC 진상규명 TF ” vs 野 “박진 해임”…尹 발언 공방 가열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연설을 듣던 중 박진 외교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불거진 '비속어 발언 논란'이 진화는 커녕 여야간 공방이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여권은 공세 모드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27일 윤 대통령이 전날 '진상 규명'을 거론한 데 발맞춰 이번 사건을 '자막 조작 사건'으로 규정, MBC의 보도 경위 등을 문제 삼으며 공세를 강화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이번 논란을 "대통령 해외 순방 자막 사건"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아니라 MBC의 부정확한 자막이 모든 논란의 발단이 됐다는 주장이다.

전임 원내대표인 권성동 의원도 페이스북에 "'MBC 자막 조작사건'의 본질은 광우병 사태처럼 MBC가 조작하고 민주당이 선동하여 정권을 위기에 몰아넣으려는 시도"라며 "MBC는 뉴스 자막에 '(미국)'이라는 단어를 추가해 있지도 않은 말을 끼워 넣어 조작을 완성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MBC와 민주당 간의 '정언유착' 의혹도 부각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MBC노동조합(제3노조)이 민주당 이동주 의원의 선임비서관이 언론의 공식 보도 전 윤 대통령의 발언 논란을 먼저 인지했다고 주장한 내용을 들어 "박홍근 원내대표와 이 의원의 선임비서관까지, 어떻게 비공개 영상과 조작된 자막 내용을 최초 보도 이전에 파악했는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MBC 편파조작 방송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도 구성했다. TF는 오는 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에 항의 방문을 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여권의 '정언유착' 주장에 맞서 ‘언론 탄압’이라고 받아치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실언으로 빚어진 외교적 망신이 거짓 해명으로도 덮어지지 않자 대통령실과 여당은 제가 언론사와 유착했다는 거짓 선동을 일삼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와 동시에 외교장관 해임안 발의로 여권을 압박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은 의총을 거쳐 소속 의원 169명 전원 명의로 박진 외교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해임건의안에서 "박 장관은 18∼24일 윤 대통령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외교가 아무런 성과도 없이 국격 손상과 국익 훼손이라는 전대미문의 외교적 참사로 끝난 데 대해 주무 장관으로서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을 상대로 한 야당의 해임건의안 발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은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해임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법적 강제성이 없는 해임건의안 발의를 강행한 것은 국회 과반수 가결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박진 외교장관은 이날 본회의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국제 외교·안보 환경은 너무도 엄중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야당이 당리당략으로 국익의 마지노선인 외교마저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에 대해 참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의사 일정은 합의를 거쳐야 하므로, 김진표 국회의장을 설득해 해임건의안 표결의 상정 자체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해임건의안의 표결이 '강행 규정'이므로 여야 합의와 무관하게 처리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오는 29일까지 표결 여부를 둘러싼 여야간 긴장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