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발생한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과 관련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가 “우리나라 사법제도가 피고인에게 얼마나 인권 보호적인지를 보여준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 교수는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난 14일 밤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순찰 근무 중이던 20대 여성 역무원이 입사 동기인 전모(31) 씨에게 흉기로 살해당한 사건을 분석했다.
전씨는 2019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3년간 피해자에게 문자메시지, 카카오톡을 통해 300여 차례 접촉을 시도하며 스토킹했다. 피해 여성은 지난해 10월 전 씨를 경찰에 불법촬영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어 지난 1월에는 스토킹 혐의로 재차 고소했지만 전씨는 구속되지 않았고, 결국 법원 선고 하루 전날 여성을 살해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피고인에게 모든 기회를 다 주는 거다, 방어를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기회를”이라며 “(불법촬염 혐의에 대해) 구속도 시키지 않고, 경찰은 상습 스토킹인데도 구속영장 청구도 안 했다. (가해자의) 주소가 분명하고 전문직이었다라는 것 때문에 결국 모든 재판에서 유리할 수 있는 정황을 낼 수 있도록 다 기회를 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가해자 전씨의 스토킹 혐의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은 점을 들며 “이 사람에 대해 영장이 두 번이나 청구됐으면 법원에서도 사실 두 번째에는 구속을 시킬 수도 있는 거 아니냐”면서 “피의자의 인권보호를 위해서는 최대한 배려했구나. 경찰도 법원도 불구속 상태에서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행사하게 했구나 반성문까지 마지막까지 받아주면서 (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가해자 전씨는 살인 사건 당일 두달 치 반성문을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특히 피해 여성이 앞서 전씨로부터 스토킹 피해를 겪다 고소한 뒤 신변보호 조치를 받은 데 대해서도 “이게 친고죄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고소사건이라는 이유 때문에 제대로 수사조차 하지 않은 사건으로 보인다”며 “결국 피해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피해자 중심의 사법제도는 전혀 아니구나, 이런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만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신변보호 조치도 좀 말이 안 되는 게 사실 누구를 감시해야 하느냐. 잘못한 일을 한 사람을 감시해야 하나 아니면 피해자를 감시해야 하냐”라며 “감시의 대상이 잘못됐다. 처음부터 스토커를 감시를 해야 하는데 스토킹 피해자를 감시하는 제도를 운영하다 보니까 스토커를 제재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스토커의 심리 상태라는 게 매우 위험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결국 합리적 사고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며 “(스토킹으로 인해) 3분의 1정도 피해자가 목숨을 잃었다는 연구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틀림없이 구속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추적 애플리케이션처럼 스토커의 휴대폰에도 이같은 앱을 설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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