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와 1차 이행계약…지난달 기본계약 실행 돌입

폴란드, ‘K-방산’ 가성비와 함께 신속·정확 납품 주목

[신대원의 軍플릭스] ‘K2 전차’ 유럽 첫 진출·‘K9 자주포’ 러시아 벨트 구축
현대로템과 한화디펜스가 26일(현지시간) 폴란드와 각각 K2 전차·K9 자주포 수출을 위한 1차 이행계약을 체결하면서 앞서 지난달 체결한 기본계약의 실천 단계에 돌입하게 됐다.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 자료사진. [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K2 전차와 K9 자주포가 세계 4대 방산수출국을 목표로 하는 ‘K-방산’(K-arsenal)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다.

현대로템과 한화디펜스는 26일(현지시간) 폴란드 군비청과 각각 K2 전차와 K9 자주포 수출을 위한 1차 이행계약을 체결했다.

총 57억6000만 달러(약 7조7000억원) 규모다.

이번 계약은 현대로템과 한화디펜스, 그리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방산기업들이 지난달 폴란드 정부와 K2 전차 980대, K9 자주포 648대, 그리고 FA-50 경공격기 개량형 48대를 공급하는 기본계약을 체결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폴란드 측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올해부터 오는 2025년까지 K2 전차를 180대 공급하고, 한화디펜스는 K9 자주포 212문을 역시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공급하게 된다.

기본계약에 따른 잔여 수량은 국내 방산기업과 폴란드가 향후 단계적으로 이행계약을 추가 체결하는 형태로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폴란드의 KAI의 FA-50 도입 이행계약은 내달 체결될 예정이다.

폴란드와의 기본계약이 예정대로 모두 마무리된다면 현대로템과 한화디펜스, KAI의 수출 규모는 148억 달러(약 19조7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이행계약은 국내 방산기업들과 폴란드가 지난달 체결한 포괄적 합의 성격의 기본계약을 이행하는 첫 번째 실천적 후속 조치다.

애초 폴란드는 미국 항공기와 독일 전차 도입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기본계약 체결 뒤에도 폴란드가 미국, 독일과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한국 카드’를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K2 전차 980대, K9 자주포 648대, FA-50 경공격기 48대 등 폴란드의 역대급 한국 무기체계 도입 구상과 관련해 폴란드가 실제 재정적 여력이 있느냐는 의구심도 뒤따랐다.

그런 만큼 이번 이행계약은 이 같은 우려와 의구심을 해소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폴란드는 현재 20조원으로 GDP의 2.2% 수준인 국방비를 내년 최소 3%, 그리고 이후에는 5% 수준까지 지속 증액한다는 계획이다.

[신대원의 軍플릭스] ‘K2 전차’ 유럽 첫 진출·‘K9 자주포’ 러시아 벨트 구축
현대로템과 한화디펜스가 26일(현지시간) 폴란드와 각각 K2 전차·K9 자주포 수출을 위한 1차 이행계약을 체결하면서 앞서 지난달 체결한 기본계약의 실천 단계에 돌입하게 됐다. 현대로템의 K2 전차 자료사진. [헤럴드DB]

폴란드가 한국 무기체계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이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라 기존 보유하던 소련제 T-72 전차 등을 우크라이나로 지원하고 대신 독일로부터 신형 전차를 받기로 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후 폴란드는 미국의 최신 M1A2 에이브럼스 전차 250대를 구매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 K2 전차 980대로 방향을 튼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산보다 저렴하지만 성능은 크게 뒤지지 않는 K-방산의 가성비와 함께 빠르고 정확한 시기 납품이 가능하다는 점을 주목했다는 후문이다.

K2 전차의 유럽 진출은 첫 유럽 수출 사례이기도 하다.

K2 전차는 노르웨이에서 차세대 전차사업 수주를 놓고 독일 크라우스마페이베그만(KMW)의 레오파르트2A7과도 경쟁중이다.

아울러 K9 자주포가 러시아와 직간접적으로 국경을 인접하고 있는 탓에 러시아로부터 군사적 압박과 위협을 우려하는 국가들의 필수적인 선택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폴란드의 경우 러시아와 사이에 벨라루스가 자리하고 있지만 러시아군 영구 주둔 등으로 사실상 완충공간 역할을 불가능한 현실이다.

K9을 가장 먼저 도입한 튀르키예(터키)는 흑해 건너 러시아와 마주보고 있으며, 역시 K9을 운용중인 노르웨이, 핀란드, 에스토니아 등 유럽국가들은 모두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처럼 러시아의 군사적 압박과 위협에 대응해 북유럽부터 동유럽, 서아시아까지 K9 자주포를 도입한 국가들을 묶어 ‘K9 벨트’라고 부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