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 사업’ 일등공신 정광선 전 단장 인터뷰
2016년부터 사업 진두지휘…6월말 정년퇴직
“후배들 끝까지 KF-21 개발 성공 매진해주길”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현재 상황에서 KF-21 보라매를 라팔이나 유로파이터와 비교한다면 대등하다고 봅니다”
정광선 전 방위사업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은 KF-21을 향한 애정과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KF-21이 지난달 역사적인 최초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서울 용산 헤럴드스퀘어에서 만난 정 전 단장은 KF-21 개발의 일등공신이자 산증인이다.
공군사관학교(32기) 졸업 뒤 공군 제1전투비행단 102전투비행대대장, 방사청 조기경보통제기사업팀장과 국제계약부장, 항공기사업부장 등을 지냈다.
특히 한국형전투기(KF-X) 체계개발사업이 본격적인 이륙 채비를 시작한 2016년부터 사업단장을 맡아 최일선에서 진두지휘해왔다.
대선을 앞둔 지난 1월 원활한 후임자 물색을 위해 일찌감치 자리에서 물러난 그는 6월말 정년퇴직한 상태다.
정 전 단장은 KF-21 최초비행 현장에 초대돼 경남 사천 지상임무통제실(MCR)에서 역사적인 순간을 직접 지켜봤다.
그는 “F-16보다도 큰 비행기가 뜨는 순간 정말 감동적이었다”면서 “내릴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그 이후에는 어떤 기분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정 전 단장은 KF-21의 성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유럽의 차세대 전투기 유로파이터와 프랑스의 차세대 다목적 전투기 라팔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그는 “유로파이터와 라팔이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고 정확한 비교는 해보지 못했다”면서도 현 시점에서 KF-21의 성능과 대등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특히 KF-21이 단가와 전력운용비를 비롯한 가격경쟁력에서 절대적으로 우세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항공기 가격은 양산될 때 가격이 떨어지면서 저점을 찍은 상태에서 어느 정도 유지되다 생산이 줄어들면 상승한다”며 “유로파이터나 라팔의 수출물량이 적어져 가격이 올라갈 때쯤 KF-21은 우리 공군이 120대를 도입하기 때문에 단가가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F-35A와 F-15SE, 유로파이터가 뛰어들었던 차세대전투기(FX) 사업 당시 국제계약부장으로 일했던 경험담을 소개하며 KF-21의 가격경쟁력이 훨씬 앞선다는 귀띔도 남겼다.
수출 전망 역시 밝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먼저 “어떤 분들은 다른 나라 입장에서 F-35를 구매하지 왜 KF-21을 사겠냐고 얘기하는데, F-35 구매국은 개발에 참여했거나 우리나라처럼 미국과 동맹인 국가들”이라며 “그렇지 않은 국가는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살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안보 위협이 매우 큰 한국과 달리 대부분 국가는 잠재적 위협에 대한 대처가 목적이기 때문에 F-35 같은 하이급 전투기를 구매할 이유가 없다”면서 “오히려 가성비 좋고, 무장도 많이 하고, 어느 정도 스텔스 기술이 적용된 레이다반사면적(RCS)이 작은 항공기를 선호하기 때문에 시장 전망이 밝다”고 했다.
그는 개발 과정에서 겪은 몇몇 일화도 소개했다.
기술지원에 관여한 한 록히드마틴 측 엔지니어는 KF-21 시제기 출고를 지켜본 뒤 “한국이 이 계획을 들고 왔을 때 기적에 기반한 계획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하다가 말겠지 했는데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고 한다.
KF-21이 4.5세대로 불리게 된 사연도 예상 밖이었다.
정 전 단장은 “당시 4.5세대 항공기라는 용어도 없었다”며 “우리 항공기가 어느 수준인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방사청과 공군이 짜낸 아이디어였다”고 했다.
지금은 미 공군참모총장이 중요한 작전에는 고성능 항공기를 투입하고 통상적인 업무에는 고성능 항공기 대신 4.5세대 항공기가 필요하다고 언급할 만큼 보편화됐다.
정 전 단장은 향후 2200회에 달하는 시험비행을 비롯한 험난한 검증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끝까지 긴장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시험비행 중에는 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항상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며 “최초비행 성공에 너무 고무돼서는 안된다. 끝까지 개발 성공을 위해 매진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국민들에게도 “간혹 KF-21과 관련해 잘못 알려지는 것들이 있는데 너무 실망하실 필요가 없다”며 “혹시 잘못 가더라도 다시 길을 찾을 수 있으니 조금 기다리면서 애정 어린 눈빛으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정 전 단장의 시선은 여전히 KF-21을 향하고 있다.
그는 “KF-21 개발에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되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든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