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 소재 ‘온라인’선 공격적
대선때 갈린 20대 대립도 영향
“자칫 구조적 불평등 묻힐수도”
최근 대학가에선 각종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학생들 사이에서 ‘젠더갈등’으로 확대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학계 등에선 이런 공격적 여론이 오히려 사회 전반의 구조적 불평등을 논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최근 인하대 성폭행 사망사건 이후 각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젠더갈등 관점에서 볼 것인지 등을 두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소재 B대 커뮤니티에서는 “성별을 일반화시켜 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여자가 성범죄 피해자인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경각심을 갖는 게 맞다”는 반박이 달렸다. “‘용소계곡 살인사건’의 이은해는 가정사도 다 공개됐는데 그때도 이런 글 올렸느냐”, “왜 또 젠더갈등으로 몰아가느냐” 등의 지적도 뒤따랐다.
이는 관련 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문제다. 황미향 젠더연구소 상임이사는 “동성 관계였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이기 때문에 젠더 문제에 기반한 폭력이 맞다”며 “안전해야 할 대학교라는 공간에서 발생한 만큼 대학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확대되는 것도 당연하다”고 밝혔다. 반면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수사 결과가 나오고 토론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이런 현상은 각 대학마다 다른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일반적 수준의 문제 제기에도 강도 높은 비난이 잇따르는 경우가 많다.
이달 6일 중앙대에선 여성주의 교지 ‘녹지’를 배포하던 회원이 앞서 배포된 교지에 박혀있던 압정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녹지 측이 “학내 백래시(backlash·반동)의 연장선”이란 입장을 밝히자, 중앙대 커뮤니티에선 “주작(조작)이다”, “정의는 살아있다” 등 공격적 댓글이 이어졌다.
이달 초 여자화장실에 침입한 의대생이 몰래카메라를 찍다 체포됐던 연세대 커뮤니티에서도 “여자들이 구멍 뚫린 문만 보면 몰카 아니냐는 건 심하게 과장됐다. 여성 단체에서 공포를 조장했다”는 글이 게시됐다.
대학생들은 날선 여론이 오히려 사회 전반의 구조적 불평등을 논의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의 한 대학 3학년인 이모(23?여) 씨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시글에서도 여성을 비하하는 밈(meme)을 쓰며 젠더갈등으로 몰아가려는 움직임이 많다”고 토로했다.
같은 대학 4학년인 정모(25)씨 역시 “일상에선 오히려 젠더갈등을 체감하지 못하는데 온라인 공론장에서 유독 (공격적 분위기가) 심하다”고 털어놨다.
설동훈 교수는 이처럼 20대 사이에서 젠더갈등이 격화된 상황에 대해 “지난 대선에서 20대 남녀 지지 후보가 갈린 것에서 나타났듯 젠더갈등이 개인을 넘어 집단 규모로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여성학자인 최형미 박사는 “여성이 겪는 구조적 불평등을 인식하고 평등한 관계로 개선하려 애쓰는 거시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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