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그게 뭐가 중요한 거죠?” “그게 엄청나게 문제인가요?”.
지난 3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을 달군 것은 단연 ‘대통령 부부의 사진’이다. 누가 사진을 찍었는지, 그 사진이 어떻게 외부로 전달됐는지가 ‘뜨거운 감자’였다. 지난 주말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대통령실 집무실과 잔디밭에서 반려견과 함께 찍은 사진이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을 통해 공개된 데에 따른 것이다.
대통령실 경내는 보안이 엄중해 직원들뿐만 아니라 기자들조차 사진촬영이 금지돼 있다. 게다가 보안구역에서 찍은 사진이 외부에 공개되는 과정에서 공식 공보 라인의 관여는 없었다. 자연히 보안 논란과 비선 논란이 한꺼번에 불거졌다. 정치적 공방을 떠나서 경호·보안 측면에서라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다.
그런데 정작 ‘사고’는 그다음에 일어났다. 대통령실은 해명 과정에서 촬영자가 “(대통령실) 직원이 아니다”고 했다. 심각성을 감지한 기자들이 재차 촬영자에 대해 묻자 “짐작이 안 가세요?”라고 웃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이후 논란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곧바로 다시 브리핑룸에 내려와 “김건희 여사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부속실 직원이 찍었다”고 번복했다.
“카메라 주인이 누구인지 밝히고 싶지 않아 그랬다” “대통령 집무실은 이미 많은 사람이 다녀갔기 때문에 보안구역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이해되지 않는 해명이 잇따랐다. “아까는 100% 확신을 하지 못했고 내부 확인을 거쳐 정정하는 것”이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잘못된 사실을 정정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확실하지 않은 사안을 거듭 확인해 즉각 정확한 사실로 바로잡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혹은 권장해야 할 일이다.
문제는 태도(attitude)다. 대통령실은 2차 브리핑에서도 재차 촬영자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게 뭐가 중요한 거죠?”라고 되물었다. ‘사진을 팬클럽에 준 사람은 누구냐’는 질문에는 “그것도 여사님이실 것 같다”고 답한 후 “그게 엄청나게 문제인가요?”라고 반문했다.
심지어 ‘팬클럽을 통한 유출 등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고, 향후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에는 “반복적으로 일어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어떤 사고가 일어날까요?”라고 했다.
관련된 지적과 논란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태도로 읽힐 수밖에 없다. 의도적으로 사건의 중요도를 축소해 논란을 덮으려는 전략이라면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는 점에서 ‘하책(下策)’ 중의 하책이라 할 만하다.
자연히 ‘신뢰도’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카메라 주인이 누구인지 밝히고 싶지 않아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직원이 아니라고 (거짓) 답변을 한 것이냐. 이런 식이면 앞으로의 브리핑도 신뢰할 수 없다’는 질문이었다. 상황의 유불리에 따라 사실을 숨기거나 혹은 교묘하게 일부만 말한다면 대통령실과 언론 사이 신뢰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지적이다.
이 관계자의 답변은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너무 서운하다”였다. “제가 그동안 (기자들의 질문에) 열심히 노력하고 찾아서 알려드렸다”며 “지금 얘기한 것들도 정정한 것들로 다시 받아들여주시면 되지 않겠나”고도 했다.
관계자는 서운하다지만 기자들은 황당하다. 논란도 논란이지만 잘못된 답변을 하고도 그것에 대한 비판에 대응하는 대통령실의 방식이 한층 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일반적으로 정권 출범 초기에는 언론과의 사이에도 허니문기간이란 것이 있다. 구체적인 기간을 두고는 3개월 혹은 6개월 등으로 의견이 갈리지만 말이다. 윤석열 정부와 언론 사이의 허니문기간이 3개월이 될지, 6개월이 될지 혹은 한 달 만에 끝날지는 결국 대통령실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