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권고에도…갈등 해결 실마리 못 찾아

“사업 재설계 과정서 공사비 조정도 고려해야”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민관공동사업의 한 형태인 민간참여형 공공주택사업에서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공사비 인상 갈등이 고조되면서 “조정 통로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사비 상승으로 건설사들의 손실 규모가 커지며 사업 현장에서 갈등이 심화하고 있지만, 원만한 협의 또는 소송 외에는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역시 권고 외에는 손을 쓰지 못하고 방관하고 있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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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민간참여형 공공주택사업은 공공과 민간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사업임에도, 공모지침서·협약서 상에 공공 공사에서 보장되는 ‘에스컬레이션’(물가변동에 의한 계약금액 조정) 조항이 없어 최근 원자재 대란 속 공사비가 증가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LH 등 공공은 민간이 사업 공모 당시 제반 사항을 고려해 직접 사업비를 제시했기에 가급적 변경 없이 진행해야 하며, 일부 사업의 경우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불가피한 사항’에 대해서는 사업비 변동도 가능하도록 협약을 맺었다고 주장한다. 객관적인 사유에는 물가변동 등도 폭넓게 인정될 수 있는 만큼 사업비 변동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민간 측은 상호 간 협의를 통해 조정을 하더라도 객관적인 사유를 인정받기 쉽지 않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특히 발주처가 중앙정부와 지방공기업들이어서 건설사들이 정면으로 목소리를 내기도 쉽지 않은 여건이다. 건설사들은 민간참여형 공공사업 역시 일부 공적인 성격이 있는데, 공공 공사와 달리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손해를 민간에게만 전가하고 있다며 불만이 커진 상태다.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민간 공사 대부분에 적용되는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을 지적하며 민간 공사라고 하더라도 자잿값 상승으로 공사비가 현격히 늘어나면 시공사가 발주사에 계약 대금의 증액을 요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렸으나, 이 역시 권고 정도에 불과해 갈등 해결에 실질적인 실마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국 물가변동에 따른 공사비 변경이 가능하도록 계약서상에 명시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지만, 정부로서도 민간이 맺는 개별 계약에 이를 강제할 수 없다며 발을 빼고 있다. 사실상 주무부처가 수수방관하는 사이에 제2의 둔촌주공 사태가 민간참여형 공공주택사업에서 양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확산한 공사비 갈등이 공사현장 셧다운은 물론 부실 공사, 저품질 시공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정 통로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갈 길은 소송뿐이며,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만 유발된다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조정 장치가 필요할 것”이라며 “이미 발주된 건에 대해서는 이해 당사자 간 논의를 독려하고 앞으로 발주 예정 건에 대해서는 반드시 물가변동 측면을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왔던 계약건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때”라며 “물가가 오르는 상황을 감안해 특약을 마련하고,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인허가 쪽에서 제동을 걸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LH는 지난달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 성과분석 및 고도화 용역’을 발주하면서 “민관 공동사업에 대한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라 사업구조의 전면 재설계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연구위원은 “민간 참여가 관건인 사업인 만큼 사업 재설계 과정에서 공사비 조정 문제도 고려해야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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