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경유값, 14년만에 휘발유 추월
리터당 1950원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봉쇄 겹쳐 수급 악화
정유사들 “가격상승 당분간 지속”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전세계적 경유 공급난으로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이 14년 만에 휘발유를 넘어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중국 코로나 봉쇄 악재까지 겹쳐 경유 수급 불균형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12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경유 전국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950.78원으로 휘발유 전국 평균 판매가격 1947.61원보다 3.17원 높게 나타났다. 2008년 이후 처음으로 경유 가격이 휘발유를 넘어섰다. 통상 경유 가격은 휘발유 가격보다 200원 가량 낮다.
이는 전세계적인 경유 수급 부족으로 인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부터 엔데믹(풍토병화)으로소비와 이동량이 늘면서 경유 수급이 빠듯하던 차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면서 경유 수급 부족이 가속화됐다. 특히 경유 사용 비중이 높던 유럽이 러시아 경유의 대체재를 찾으면서 국제 경유 가격도 덩달아 급등하게 됐다. 유럽연합(EU)에서 기존에 수입하던 경유 중 러시아산은 60% 가량 에 달했다.
경유와 휘발유의 국제 가격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경유는 연초 배럴 당 3달러 가량 휘발유보다 높은 가격이 형성됐으나 지난 3월부터 20달러 안팎으로 가격 차가 벌어졌다. 5월 첫째주에는 급기야 경유 가격은 배럴 당 162.31달러로 올해 최고가를 경신하며 휘발유(137.39달러)보다 24.92달러 높아졌다.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경유와 휘발유 가격도 국제 가격의 영향을 받는다. 정유사들이 국제 판매 가격에 맞춰 주유소 공급가를 책정하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용 경유 공급가는 4월 첫째주에는 1773원~1818원대에서 4월 넷째주 1863~1938원까지 상승했다. 유류세 인하 폭이 20%에서 30%로 확대됐으나 휘발유 인하액이 73원으로 경유(58원)보다 큰 점도 경유 가격 역전 현상 요인이다.
업계에서는 석유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가 당장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경유 가격 고공행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 역내에서는 중국 봉쇄 완화도 관건이다. 중국 소규모 정유업체(티팟)들의 가동률이 50%대까지 떨어져 석유제품 수출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 석유 재고도 최근 5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석유 재고 26억1400만배럴로 2020년 상반기 이후로 지속적으로 재고가 감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제품 가격은 국제 원유 가격보다 소비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며 “코로나19 완화 이후 전반적으로 공급이 달리고 가격이 크게 떨어질 요인이 없는 상황에서 가격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