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브로프 외무장관 발언 ‘드문’ 뒷수습
이스라엘 총리실 발표·외신 일제 보도
이스라엘의 우크라 무기제공 우려한듯
크렘린궁 자료엔 사과 내용 포함 안 해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히틀러도 유대인 혈통”이라고 말해 국제적인 비난이 쏟아진 세르게이 라브로프 자국 외무장관의 발언에 대해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에게 5일(현지시간) 사과했다고 각국 외신이 일제히 보도했다. 격분한 이스라엘 정치권에서 러시아와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증하는 가운데 나온 사과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독일 슈피겔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총리실은 푸틴 대통령과 베네트 총리간 이날 전화통화 뒤 낸 자료에서 “총리는 라브로프의 발언에 대한 푸틴의 사과를 받아들였고, 유대인에 대한 태도와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의 기억을 그(푸틴)가 명확히 해준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고 밝혔다. WP는 푸틴 대통령이 ‘드문 사과’를 했다고 표현했다.
러시아 관영매체 리아노보스티와 타스통신도 이스라엘 총리실 자료를 인용해 푸틴 대통령의 사과 사실을 전했다. 다만, 크렘린궁은 5월 9일 전승절을 앞두고 두 정상이 전화를 했다는 자료에서 홀로코스트에 대한 언급은 포함했지만 사과를 했다는 대목은 넣지 않았다.
라브로프 장관은 앞서 지난 1일 이탈리아TV에 출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대인이라면 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탈(脫)나치화할 필요가 있냐’는 질문을 받고 “히틀러도 유대인 혈통이었기 때문에 그 질문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 또 “오래 전부터 현명한 유대인들은 ‘가장 열렬한 반유대자의자들은 주로 유대인 자신들’이라고 주장해왔다”고 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스라엘은 러시아 대사를 초치하는 등 즉각 반발했다. 베네트 총리는 성명에서 “이런 거짓말의 목적은 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에 대해 유대인 스스로를 비난하고, 이스라엘의 적들을 용서하는 것”이라며 “홀로코스트를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하는 건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정치권과 군 관리들은 러시아의 잔혹행위에 맞서 자국 방위산업의 신뢰 유지를 위해서라도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늘리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이스라엘 매체 하아레츠가 최근 보도하기도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 매체 리아노보스티가 ‘푸틴 대통령과 베네트 총리간 통화에서 이스라엘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할 가능성이 언급됐나’라고 묻자, “대화 주제는 성명서에 나열돼 있다”고 답했다고 CNN은 전했다. 성명서엔 무기 관련 사항은 없었다.
러시아는 ‘특수군사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부터 우크라이나가 신(新)나치의 지배를 받고 있어 해방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러시아 국영언론도 이런 주장을 앞세워 주목을 받았다.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이 후폭풍을 몰고왔지만 러시아 외무부는 우크라이나와 나치를 연결하는 시도를 지속했다. WP는 영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지난 4일 트위터에 ‘우크라이나에서 나치를 멈추라’는 뜻이 담긴 해시태그와 함께 관련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hongi@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