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수개월째 이어진 빅테크 기업 때리기를 중단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코로나19 재확산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중국의 경제 상황이 악화되자 탈출구를 모색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시진핑 주석 주재로 열린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경제 대책 회의는 “플랫폼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촉진하고자 구체적인 조치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어 “플랫폼 경제의 건강한 발전을 지원할 구체적인 조치를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의 인터넷감독기관이 다음주 IT기업 대표들과 좌담회를 연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기업인들과 만나 규제와 관련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이는 정부의 규제가 민간기업에 영향을 끼쳤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텐센트, 메이퇀 등 주요 기업들이 좌담회에 초대된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서는 청소년 휴대폰 시간 제한 등의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 청소년의 게임 시간을 주당 3시간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초강력 규제안을 시행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는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중앙정치국은 ‘집은 거주하는 곳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는 기조는 견지하겠다면서도 각 지방이 각자의 현실에 맞게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 주택 수요를 진작시키는 것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각 지방에 더욱 적극적으로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라는 지침을 공개적으로 내린 것이다.
중국 당국은 주민의 평균 소득에 비해 심각하게 치솟은 주택 가격이 장기적으로 공산당의 집권 기반을 위협할 중대 정치 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 2020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산업을 강력하게 조이기 시작했고 이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30%를 차지하는 부동산 산업의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다.
빅테크와 부동산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 신호는 ‘경제 수도’ 상하이를 한 달 넘게 봉쇄하는 등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의 여파로 최근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당국 목표치(5.5%)를 밑도는 4.8%에 그치고,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기준점 50을 밑도는 47에 그친 가운데 나왔다.
중앙정치국은 지난 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위기가 초래한 위험과 도전이 증가해 우리나라 경제 발전 환경의 복잡성, 심각성,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중국 당국의 과도한 민간 기업 규제가 초래한 빅테크 사업 위축과 부동산 침체가 중국의 급속한 경기 둔화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코로나19가 초래한 심각한 경제 위기 국면 앞에서 중국 공산당 수뇌부가 빅테크와 부동산에 대한 규제를 포기하고 경기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기울이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