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인구 2500만명의 상하이(上海)시가 도시 전체 봉쇄라는 유례 없는 강력한 방역조치에도 코로나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제로코로나’ 정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얘기다. 상하이 사태로 경제는 물론이고 민심도 흔들리는 가운데, 올 가을 3연임을 앞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정치적 리더십도 위기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봉쇄 첫날인 지난달 28일 상하이의 신규 확진자 수는 4477명이었다. 하지만 10일 현재 2만6355명으로 5배 가량 급증했다. 시 전체 봉쇄가 2주째 접어들면서 주민들의 불안과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강력한 통제로 식료품 부족이 심해지면서다. 시민들은 생업을 놓고 하루종일 식료품 공동구매에 매달리고 있으며, 식품가격이 치솟으며 한 가족의 하루 끼니에 2000위안(약 38만원)이 들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또 엄격한 확진자 관리 때문에 가족간 생이별이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생후 3개월짜리 아이가 수유중인 엄마와 분리되거나 어른 없이 8명의 어린이만 있는 사진과 영상도 웨이보에 올랐다. 아이들끼리 철제 침대에 누워있는 영상이 공개돼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일부 다국적 기업 직원들은 아예 중국을 떠야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한다. 왕모(33)씨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방역제도 때문에 중국을 뜨고 싶다”면서 “코로나에 걸리지도 않은 사람의 자유까지 침해하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참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경제적 타격도 심각하다. 상하이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생산 차질과 물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중국 최대의 무역항인 상하이항의 물동량이 막히면 중국경제의 대동맥이 차단된다.
상하이는 중국의 ‘경제 수도’다. 2021년 기준 상하이의 국내총생산(GDP)은 4조3200억위안으로, 수도인 베이징(4조269억위안)은 물론이고 광둥성 선전(3조664억위안)과 광저우(2조8232억 위안)를 제치고 1위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치로 제시한 5.5%를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3월 중순 이후 봉쇄를 겪은 도시가 상하이를 비롯해 무려 70여개에 이르는데, 이들은 중국 GDP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상하이 봉쇄에 따른 경제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국가 주도의 기반시설 건설과 대규모 지출에 나설 것이지만, 이미 급증한 부채를 더 키우는 악순환에 직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와 여론이 모두 악화되면서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리더십에도 물음표가 떴다. 시진핑 주석의 강력한 리더십의 징표인 ‘제로 코로나’가 상하이에서 실패하면서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중국 내에서는 제로코로나가 성공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지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철통같은 방역정책을 통해 심판판정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대회를 개최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중국질병예상센터 우준유 수석전문가는 “중국이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완화된 방역정책을 썼더라면 2억6000명이 감염되고 3000만명이 사망했을 것”이라며 ‘제로코로나’의 성공을 선전한 바 있다.
하지만 ‘치명률은 낮지만 전파력은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며 ‘제로코로나’가 상하이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가 이미 '위드 코로나'를 통해 일상생활을 회복해가는 가운데 중국인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미국 클레어몬트 맥케나대의 페이민신 교수는 “시진핑 주석이 딜레마에 빠졌다”면서 “만약 지금 ‘제로코로나’를 중단한다면 그의 리더십에 많은 이들이 의문을 품게될 것이므로 정치적인 면을 고려해도 쭉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WSJ은 고위급 소식통을 인용해 시진핑 주석이 3월 말 고위급 회의에서 “제로코로나보다 더 중요한 건 현재 없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경제 성장에 타격을 줄지라도 제로코로나는 포기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고 한다.
올가을 제20차 당 대회를 통해 3연임을 확정지으려던 시 주석의 권력 체제에 상하이 사태가 변수로 떠오를지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