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매체 ‘파오차이 논란’에… “김치 표기 강요하지 말아야” [차이나픽]
식약처가 유튜브에 올렸던 '파오차이'(泡菜) 중국어 자막 영상 [유튜브 캡처]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한국과 중국 간 '김치 논쟁'이 가열하는 가운데 중국 관영 매체의 은근한 '김치 디스(dis·사람이나 사건에 무례한 태도를 취함)'에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국내용 찌라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중국 관영 매체인 관찰자망은 지난 15일 기사를 통해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유튜브 영상에서 김치를 '파오차이'(泡菜)로 표기했다가 공식 사과한 사실을 자세히 소개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배우 추자현이 비슷하게 '파오차이' 표기로 사과한 사실도 전했다.

파오차이는 양배추나 고추 등을 염장한 중국 쓰촨(四川) 지역의 절임 식품으로, 중국은 김치를 파오차이로 표기한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을 개정해 김치를 '신치(辛奇)'로 번역하고 표기하도록 했다.

관찰자망은 "한국은 김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주력해 왔으며, '김치의 날'을 제정하기까지 했다"며 문체부의 '신치' 표기 공식화 소식도 전했다.

하지만 관찰자망은 한국의 이러한 노력을 은근히 깎아내리면서, 중국에서는 '파오차이'만 통할 것이라는 뉘앙스로 보도했다.

관찰자망은 "문체부의 개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누리집, 홍보 자료 등에 적용되는 것으로, 민간이 어떻게 표기할 것인가는 강제 사항이 아니다"고 했다.

나아가 "중국 식품안전국가표준 등 법령상 중국 내에서 유통·판매되는 제품에는 '진실 속성'(소비자에게 친숙한 명칭)을 반영한 표기를 해야 한다"며 "한국 기업이 중국에 수출할 때 '김치'라고 표기하더라도, 중국 내 기업이 어떻게 부를지는 중국 기업이 결정할 일"이라고 못 박았다.

한국 정부의 '신치' 훈령에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은 '파오차이'로 부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관찰자망은 기사에서도 한국의 김치 문화를 '파오차이 문화'로 적었다.

이에 서경덕 교수는 지난달 중국 환구시보가 "중국인 눈에는 김치가 한낱 반찬인데, 한국인 눈에는 세계에서 중요한 발명품"이라고 비하하는 등 중국 관영 매체의 왜곡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서 교수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의 한계를 스스로 드러내는 꼴"이라며 "이미 한국의 김치는 한국인을 넘어 세계인의 건강식품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된 걸 그들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 관영 매체는) 자국 여론만 호도하면 다른 나라 문화도 빼앗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며 "공산당 기관지는 그야말로 세계인의 시각을 무시한 '국내용 찌라시'로 전락한 것을 그들만 모르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어 "아무쪼록 중국의 '김치 공정', '한복 공정' 등 한국 문화를 빼앗으려는 획책에 당당히 맞서 우리의 전통문화를 잘 지켜내는데 더 많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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