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리시아 대표 풀뽀(문어)요리 다양
바지락,마늘..식재료 동아시아와 비슷
칼도갈레고는 우거지 감자국과 흡사
꼬막 베르베르초스, 맛조개 리바카스도
갈리시안 타르타르 육회, 다양하게 변형
미슐랭 셰프는 입맛 확인후 레시피 조정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산티아고도 식후경이다. 하루 15~30㎞를 걷는 순례길 여행땐 잘 먹고 속을 건강하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기사 하단, 헤럴드경제 리오프닝 특별기획 ‘산티아고 순례길’ 전체기사 목록
프랑스길, 포르투갈길, 영국길, 땅끝길, 북쪽해안(노르떼)길, 마드리드길 등 100여개 코스를 가진 산티아고 순례길의 종착지, 스페인 갈리시아주엔 1200년 가량 지구촌 순례자들이 모여 교류해서 그런지, 음식이 동아시아 걷기여행객들에게도 잘 맞는다.
갈리시안 푸드는 한국인 순례자들이 혹시나 해서 가져갔던 고추장을 개봉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유라시아대륙 동쪽 땅끝을 가진 한국인이 서쪽 땅끝의 갈리시아와 미각이 비슷한 점은 참으로 흥미롭다.
무엇보다 핵심 식재료가 유럽에도 통하고, 한국민도 “우리 것과 너무 닮았다”고 여길 만한, 문어, 바지락, 꼬막, 대구, 농어, 감자, 우거지, 소고기, 쌀, 고추, 마늘이라는 점이다.
산티아고 서쪽 변두리 청정 생태 속에 있는 킨타 다 아우가 호텔 레스토랑 필리그라나는 어김없이 갈리시아 대표 식재료 풀뽀(문어)를 내어 오는데, 여기선 감자-치즈와의 조화를 도모했다.
또 메인시디 격으로 풀뽀 양념 두루치기도 나온다. 이 집의 ‘메루사’는 크리미 대구찜에 토마토 고명을 올렸다. ‘포크립스’는 삶은 감자와 애플소스의 하모니이다.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 코스에서 꼭 들러야 하는 사모스의 베이가식당은 메인 수프로 우거지 감자국을 내왔다. 이름은 ‘칼도 갈레고’이다. 그냥 한국 음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등심구이인 ‘샐로인로스’를 메인디시로 제공했는데, 호박, 감자튀김과 함께였다.
산티아고 시내 아바스토스 농수산 시장(메르카토) 옆에 있는 ‘아바스토스 2.0’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회’가 나왔다. 레몬소스 농어회인 ‘루비나’는 한국형 고추냉이 간장소스 조합과는 달랐지만, 새콤매콤한 갈리시안 소스에도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주었다. 한국 탐방객들은 농어회를 먹는 또 하나의 방법을 배웠다. 농어회는 그리 비싸지 않은 알바리뇨 계열 브랑코 화이트와인과 아주 잘 맞는다.
길다란 맛조개를 레몬올리브 소스로 조리한 ‘라바카스’와 데친 꼬막을 라임소스와 조화시킨 ‘베르베르초스’, 파프리카와 훈제숭어를 해산물소스로 끈적하게 조리한 ‘살모니테’는 솥만 다를 뿐, 한국-일본 맛이다. 딱새우찜 ‘씨갈라’ 역시 별 기교 없이 식재료가 가진 풍미를 잘 살렸다.
코루냐의 D.알레르토레스토랑은 재미있고 맛있는 집이었다. 입맛을 돋우는 아이스크림과 모짜렐라 치즈를 각각 토마토와 깐메추리알 처럼 보이게 ‘페이크 디시’로 내오면서 손님들을 놀래킨다.
이 집 버섯구이와 대구찜은 한국에 온 듯한 맛이었다. 참치붉은살을 오이로 감싸고 아보카드를 얹은 접시 가장자리에 홍초와 조청을 섞은 듯한 소스로 일필휘지 휘갈긴 요리는 따로 이름을 붙이지는 않았지만, 동서 퓨전형으로 맛있고, 건강하다는 느낌을 준다.
산티아고 미슐렝 스타 식당인 카사 마르셀로 셰프들은 먼저 손님들에게 식성을 물었다. 고객 맞춤형 쿠킹 응용력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매콤한 동아시아식으로 해달라고 했다. 셰프들은 구수회의를 통해 기존 레시피를 리코디네이팅하는 순발력을 발휘한다.
레몬크림 오이스터는 굴의 풍미가 크림과 초록동색 처럼 어울리다가 레몬의 상큼함으로 밀키한 느낌을 상쇄했다.
페퍼발사믹농어회는 부드럽고 싱싱한 농어회 위에 벨기에산 풋고추를 잘게 썰어 얹고 발사믹과 레몬으로 매운 느낌을 살짝 잠재워주었다. 농어회는 ‘루비나’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메뉴판에 ‘세비체(영어:시베스)’로 적는 곳도 많다.
호박과 쌀떡을 섞어 한국의 팥죽 새알 같은 것을 만든 뒤 호박크림과 함께 먹는 것은 한국내 일부 지역 호박죽에서 보던 것이었다.
이 집 메뉴 대부분이 손님 맞춤형이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고유명사는 없고 식재료들을 어떻게 조리했는지를 간략히 풀어쓴다. 따라서 메뉴판에 제목을 찾기 보다는 내용을 읽어야 한다.
참치 양념 덥밥은 달리 설명이 필요없고 한국맛과 완전히 동일했다. 이 집 ‘타르타르’는 체코 헝가리와는 조금 다르게 등심육회 조각을 해물소스와 버무렸다.
디저트도 환상적이었다. 계란후라이가 아니라 ‘바나나후라이(프라이드)’였는데, 바나나를 끈적하게 구워낸 뒤 돌돌 말아 바나나 소스 속에 풍덩 빠트린 것으로, 바나나가 가질 수 있는 다양한 매력과 식감을 한꺼번에 느끼도록 했다.
산티아고 베니디타엘리사 식당은 청경채와 버섯으로 넙치를 찐 ‘터봇’과 바게트빵을 얇고 길게 잘라 육회와 먹는 ‘스틱 타르타르’를 내어왔다.
갈리시아에는 주스, 초콜릿 등을 위스키와 섞은 채 파는 주류상품으로도 유명하다. 과거 몇몇 한국 등산객이 커피 또는 핫초코에 위스키를 타서 수통에 넣어두었다가 산행중 마시던 것을 연상시킨다.
지구촌 사람들이 많이 오래도록 어울리면서 문화와 라이프스타일 노하우가 풍부해지면, 특정 나라만 좋아하고, 몇몇 나라는 배척하는 음식을 만들 리가 없음을 갈리시안 푸드는 입증한다.(계속)
◆산티아고 순례길 헤럴드경제 인터넷판 글 싣는 순서 ▶3월8일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걸으면, 왜 성인군자가 될까 ▶3월15일자 ▷스페인 갈리시아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들 ▷산티아고는 제주 올레의 어머니..상호 우정 구간 조성 ▶3월22일자 ▷산티아고 대서양길①땅끝끼리 한국-스페인 우정, 순례길의 감동들 ▷산티아고 대서양길②임진강과 다른 미뇨강, 발렌사,투이,과르다 켈트마을 ▷산티아고 순례길, 대서양을 발아래 두고…신의 손길을 느끼다 ▷산티아고 순례지 맛집①매콤 문어,농어회..완전 한국맛 ▷산티아고 순례지 맛집②파니니,해물볶음밥..거북손도 ▷산티아고 순례길 마을식당서 만나는 바지락·대구·감자·우거지…우리집에서 먹던 ‘한국맛’ ▶3월29일자 ▷산티아고 대서양길③돌아오지 못한 콜럼버스..바요나, 비고 ▷산티아고 대서양길④스페인 동백아가씨와 폰테베드라, 레돈델라, 파드론 ▷산티아고 대서양길⑤(피스테라-무시아) 땅끝은 희망..행운·해산물 득템 ▷산티아고 프랑스길①순례길의 교과서, 세브리로 성배 앞 한글기도문 뭉클 ▶4월5일자 ▷산티아고 프랑스길②사모스,사리아,포르토마린,아르수아 ▷산티아고 프랑스길③종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매력들 ▷산티아고 영국길..코루냐,페롤,폰테데움,베탄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