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오남’ 인수위發 변화여부 촉각

대법관 선발도 ‘같은 기조’ 관측속

정책법원 기능 위해 ‘다양성’ 반론

김명수 대법원장 내년 9월 퇴임

후임, 10명 지명권 있어 인선 주목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서울대 출신 50대 엘리트’ 위주로 구성되고, 향후 인선에서 지역이나 여성 할당제를 사실상 폐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법조계에선 향후 대법원 구성에도 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력 본위의 대법관 선발이 필요하다는 의견 못지 않게 대법원이 정책법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다양성이 퇴행해선 안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18일 대법원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5월 대통령 취임 이후 오는 9월 퇴임하는 김재형 대법관의 후임을 임명한다. 김 대법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마지막 대법관이다. 인사청문회 등 일정을 감안하면 늦어도 7월에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인선에 나서야 한다. 내년 7월에는 조재연, 박정화 대법관이 퇴임한다. 두 대법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했지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명한 인사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법원은 다양성 확보에 변화가 생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상옥 전 대법관이 지난해 5월 퇴임한 이후 검찰 출신 대법관이 사라진 대신, 여성 대법관이 박정화·민유숙·노정희·오경미 대법관으로 역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출신의 김선수 대법관과 법무법인 대륙아주 파트너 변호사였던 조재연 대법관은 변호사에서 대법관이 된 사례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 박상옥 전 대법관 후임 이후 명맥이 끊긴 검사 출신 대법관 부활과 함께 ‘서울대 50대 남성’, 소위 ‘서오남’ 위주의 대법관 선발이 다시 주류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법관 지명은 대법원장이 하지만 인사검증은 청와대가 맡고 임명장은 대통령이 수여한다. 선발 권한이 대법원장에게 있다고 해도 제청 단계에서 인사검증을 사유로 사실상 사전조율이 이뤄지기 때문에 지금까지 대통령이 제청을 거부한 사례는 없었다.

이러한 변화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내년 9월 퇴임하고 새 대법원장이 취임하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대법원장은 총 10명의 대법관 지명권을 갖는다. 법조계에선 사법연수원 23기 출신으로, 법조계 인맥이 넓은 윤 당선인이 파격 인선보다는 안정적인 인사를 할 것이라고 관측하는 전망이 많다. 사법연수원 15기인 김 대법원장의 전임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으로, 사법연수원 2기였다. 단순히 13기를 건너뛰었다는 점을 넘어 사법행정 경험이 없고, 대법관 이력이 없는 인사로는 처음으로 대법원장에 지명되며 깜짤 발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인사문제에 있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윤 당선인은 종전 관례대로 대법관 출신 인사 중에서 새 대법원장을 지명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검찰 내부에선 검사 출신 대법관이 적어도 한 명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반면 법원에선 형사 판례를 형성하는 대법원의 기능을 고려하더라도 굳이 검사 출신 인사를 상고심에 참여시킬 이유는 없다는 반론이 많다. 검사 출신 마지막 대법관이었던 박상옥 대법관 후임으로 형사법 전문가로 꼽히는 천대엽 대법관을 임명한 데에도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점이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천 대법관 지명 땐 봉욱 전 대검 차장이 함께 추천됐지만 최종 지명을 받진 못했다.

상고심 구성원을 다양화하는 문제는 역대 대법원장들의 오랜 고민거리였다. 연간 수만건의 사건을 처리하는 대법원 현실을 고려하면 법리에 해박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나 법원장 출신 중에서 대법관을 지명할 필요가 있지만, 소수자 보호 등 사회 방향성을 제시하는 판결을 내리기 위해선 사건 처리 능력 못지 않게 다양한 시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법관 다양화를 위해선 대법원 접수 사건을 줄이는 상고심 개편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사회적 다양성을 고려한 인사를 하더라도 밀려드는 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정작 전향적 판결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 여성으로 박보영 대법관과 김소영 대법관을 지명했지만, 평가는 엇갈린다. 박 전 대법관은 비서울대, 여성, 변호사 출신이라는 다양화 조건을 갖추고도 재임 기간 중 소수자 보호에 관해 특별히 의미있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남기진 못했다. 반면 서울대를 나온 여성 엘리트 판사 출신이었던 김소영 대법관은 디지털 증거 인정 범위를 최초 발부받은 영장 범위로 엄격히 제한하는 법리를 구축했고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청구권을 인정하는 등 사회 주목을 받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여러건 남겼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그동안 사법행정 경험이 많은 판사를 대법관에 지명하지 않았다. 전임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문제로 피고인 신분이 되면서, 법원행정처의 ‘탈 판사화’를 선언한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에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나 법원행정처 차장이나 기획조정실장을 거친 인사들이 대법관에 임명됐지만,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에는 이러한 인사가 한차례도 없었다.

대법관 인사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서 통상 3배수 정도를 추천하고, 그 중 한명을 대법원장이 낙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는 선임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 법무부장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사단법인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사단법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대법관이 아닌 법관 1명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위원장을 제외한 10명의 위원에는 비법조인과 여성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좌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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