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 50일…현장 혼란 지속 전망
檢·노동부, ‘파견근로자’ 두고 서로 다른 해석
檢, 기업 총수까지 처벌 가능 대상으로 판단
‘대형참사범죄’도 검찰 직접 수사는 어려울 듯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시행 50일을 맞은 가운데, 검찰과 고용노동부 사이 ‘근로자 범위’에 대한 다른 해석이 나오는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선 혼란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기업 총수까지도 처벌할 수 있다고 보는 한편, 대형 참사의 경우도 직접 수사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중대재해처벌법 벌칙해설’에 따르면 검찰과 노동부는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 되는 ‘파견근로자’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검찰은 파견근로자를 상시근로자가 아니라고 보는 반면, 노동부는 파견근로자도 상시근로자에 포함된다고 본다. 대검찰청은 지난 1월 중대재해법 시행 대비를 위해, 공공수사부와 형사부 등의 협업을 통해 600쪽 분량의 벌칙해설서를 발간했다.
검찰의 이런 해석대로면 파견근로자가 있는 50명 규모 업체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중대재해법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 같은 법 해석을 놓고 국가 기관 간 이견이 생긴 셈이다. 대형로펌의 한 중대재해 전문 변호사는 “예를 들어 파견근로자를 빼면 40명밖에 안 되는 55명 규모 사업장에서 사고가 났다고 하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안 되는 것”이라며 “검찰이 좁게 해석하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사업주에게 유리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형로펌의 중대재해 전문 변호사도 “최종 판단은 노동부가 아닌 법원이 하고, 일단 수사 단계에선 검찰이 하니 해석상 적용이 안 된다고 처벌 대상에서 빠질 순 있다”며 “하지만 실제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선 보수적으로 파견근로자까지 상시근로자에 포함된다고 보고 법 이행을 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검찰은 대규모 사회적 참사가 발생하면 기업 총수도 책임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경영책임자 등의 해당성은 형식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닌 대상자가 실질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지 여부를 토대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기업 총수가 경영책임자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영향력으로 경영책임자 등에게 문제가 되는 업무를 지시했다면 공범으로 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검찰은 과거 발생한 산업 현장 사망사고와 사회적 참사 등을 예로 들며, 중대재해법 적용 시 수사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 SK하이닉스 사건의 경우 대표이사와 사장은 입건되지 않았지만, 검찰은 이 사건에 중대재해법을 적용한다면 대표이사도 경영책임자로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2014년 세월호 참사도 중대재해법 적용 시, 벌금 1000만원에 그쳤던 청해진 해운의 형량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봤다. 또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청해진 해운의 경영책임자들 역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검찰은 수사권 조정으로 중대재해 사건 역시 경찰주도의 협업 수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검찰은 “직접 수사개시가 가능한 ‘대형참사범죄’에 이르지 않는 중대재해 사건은 원칙적으로 경찰과 노동청이 1차적으로 수사하고, 검찰은 이를 송치받아 보완수사한 후 기소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중대재해법에 대한 ‘손질’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172석을 확보한 상황에서 법 개정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다만, 윤 당선인이 취임 후 대통령령(시행령) 개정을 통한 ‘우회 손질’에 나설 가능성은 남는다. 윤 당선인은 지난 2일 토론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란 것도 지금 구성요건을 보면 약간 애매하게 돼 있다”며 “형사 기소를 했을 때 여러 가지 법적 문제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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