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7개월 실거주 집주인 손해배상 의무없어”
법조계 “임차인 보호에 중대한 공백” 우려
국토부 “‘실거주’후 피치못할 사장으로 팔았다면 문제될 것 없어”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집주인이 실거주 목적으로 전세 ‘계약갱신’을 거절한 후, 7개월 동안만 살고 해당 아파트를 제3자에게 팔아도 집주인에게 기존 세입자에 대한 손해배상의무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국토교통부는 비슷한 사례의 해당 분쟁에 대해 ‘집주인이 실거주 목적으로 계약갱신을 거절했다가 집을 팔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던 것과 정반대 결론이어서 눈길을 끈다.
수원지방법원 용인시법원 전호재 판사는 최근 세입자 A씨가 아파트 소유자 B씨를 상대로 낸 ‘계약갱신청구권 관련 허위 실거주 손해배상’ 소송에서 세입자 패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집주인 B씨는 아파트에 실거주를 하겠다는 이유로 세입자 A씨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를 거절했다. A씨는 이에 동의하였고 계약기간 만료에 따라 해당 아파트에서 퇴거했다. 그런데 이후 집주인 B씨는 전입신고를 한 후 7개월만 실거주를 한 뒤, 해당 아파트를 제3자에게 매도했다.
뒤늦게 소유자가 변경된 사실을 확인한 A씨는 신규 임대차 중개수수료, 포장이사비용, 신규 임대차계약 체결에 따른 보증금증액분에 대한 환산 비용 등 약 957만원을 산정해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집주인 B씨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5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발생요건에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고, 2년 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목적 주택을 임대한 경우’로 규정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적극적으로 다투었다. ‘임대’가 아닌 ‘매도’의 경우는 해당 법규정에 따른 손해배상 대상이 되지 않고, 민법상 일반 불법행위책임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법원은 소액사건심판법 제11조의2 제3항에 따라 판결이유를 기재하지 않고, 세입자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집주인 B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 문헌상 임대인이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요건은 ‘계약갱신을 거절하고 2년 내 제3자에게 임대한 경우’만 표기돼 있기 때문에 ‘계약갱신을 거절하고 2년 내 매도한 경우’까지 확대해석을 하진 않은 것이다.
임차인 보호라는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법원의 판결이 부당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법무법인 명도의 이상옥 변호사는 “만일 이 사건과 같이 임대인이 2년 내에 매도한 경우, 아무런 철퇴를 가하지 않는다면 임차인 보호에 중대한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의 과정, 입법취지, 국토부의 해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집주인이 실거주 목적으로 갱신거절한 후 2년 안에 매도한 경우도 임대한 경우와 같이 손해배상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법원 판결이 정부의 입장에 위배되는 건 아니라고 설명한다. 문제는 ‘허위실거주’ 여부라는 것이다. 애초에 실거주 목적으로 계약갱신을 거부한 후, 7개월이 됐든 1년이 됐든 살다가 납득할만한 사정에 따라 집을 매도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전성배 국토부 주택임대차지원팀장은 “애초에 실거주 계획이 없으면서 집을 팔기 위해 입차인을 속이는 게 문제지, 실거주하다가 사정에 따라 파는 건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계약갱신 거절 후 집주인이 반드시 2년간 실거주를 해야한다는 의무는 없다”며 “집주인이 정말 실거주 목적으로 계약갱신을 거절했는지, 그 이후 실제 실거주 했는지, 집을 팔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계약갱신청구권 관련 허위 실거주 손해배상’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