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후보 공약 살펴보니
윤석열, 검찰권 대폭 확대에 초점
수사권 늘리고, 예산도 총장에게
이재명, 공약집에 ‘개혁 완성’ 예정
수사·기소 분리하고 공수처 안착
여·야 대선후보들이 ‘개혁’을 명분으로 검찰권 재조정을 각각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차기 정부에서도 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폐지 가능성을 언급하며 수사권 확대 등 사실상 현 정부 검찰개혁을 되돌리기로 한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수사·기소 분리 등 검찰개혁 완수를 내걸고 있다.
15일 윤 후보가 전날 발표한 ‘사법분야 개혁’ 공약을 살펴보면, 포커스는 검찰의 권한 확대에 맞춰져 있다. 수사권은 현 제도보다 늘리고, 예산권을 별도로 보장하겠다는 것이 윤 후보 공약의 골자다.
윤 후보는 검찰과 경찰도 고위공직자 부패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고위공직자 범죄 사건 수사에서 제도상 우선권을 갖고 있는 규정들을 없애 검찰·경찰도 수사할 수 있도록 바꾸겠다는 것이다. 공수처 개혁 차원에서 ‘환골탈태’를 강조하며 자체 수사역량 강화를 유도한다는 취지지만, 결국 검찰의 수사권한을 늘리는 데 방점이 찍힌 것으로 풀이된다. 공수처 폐지 가능성까지 시사했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공수처가 계속 이렇게 정치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금과 같이 야당 의원 거의 전원에 대한 통신사찰을 감행한다든지 하면, 관련자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뿐만 아니라 공수처 제도에 대한 국민의 근본적 회의를 바탕으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전제를 달긴 했지만 공약 발표 과정에서 적극 거론한 만큼 향후 대선 결과에 따라 실제 추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다만 공수처 폐지를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한데, 더불어민주당이 2024년까지 과반의석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윤 후보는 자신이 총장이던 시절 추미애 당시 법무부장관과 갈등 증폭의 직접적 원인이 된 ‘법무부장관 수사지휘권 폐지’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 총장이 해마다 독자적으로 검찰청 예산을 편성해 기획재정부에 요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법무부와 별도 예산을 편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장관의 구체적 사건 수사지휘권 폐지와 총장 예산 편성권 신설을 두고 윤 후보는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강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이 역대 4차례인데, 그 중 2차례가 윤 후보의 총장 재직 시절에 집중됐기 때문에 이 제도를 없애는 것은 실질적인 의미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독립된 예산 편성권을 보장할 경우 검찰이 국회를 직접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독립성 저해 요인이 될 소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이 후보의 공약은 현 정부 검찰개혁 완성이 핵심이다. 줄곧 축소 방향으로 이어진 검찰의 권한을 더욱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조만간 정식 발표할 공약집에 ‘검찰개혁 완성’을 주요 공약 중 하나로 포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부적으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이는 과거 추미애 전 장관이 “검찰이 중요 사건을 직접 수사해 기소하는 경우 중립성과 객관성이 흔들릴 우려가 있기 때문에 내부적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며 도입 검토를 공개적으로 밝혔던 부분이기도 하다. 또 공수처의 경우 ‘폐지’까지 거론한 윤 후보와 달리 독립수사기관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 역량을 보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는 전날 윤 후보가 공약을 발표한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공화국 YES #검찰제국 NO”라는 짧은 글을 올리기도 했다.
두 후보의 공약에 대해 대검 검찰개혁위원 출신의 한 법조인은 “진정한 의미의 개혁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권력형 비리 사건에 대한 공정한 수사가 담보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그 전제는 검찰에 대한 중립성과 독립성 보장인데,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의 인사권에 대한 통제가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숱한 정치적 논란을 낳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추진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윤 후보 발표 공약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권력의 관여가 완화돼야 한다는 부분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 대선후보가 내놓은 공약이 서로 대척점에 있는데다 현 상황에 대한 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비판은 검찰 내에서도 나온다. 일선의 한 간부급 검사는 “대한민국에서 검찰 이슈가 이렇게까지 큰 것이 합리적인 일이냐”고 반문하며 “앞으로 ‘갈라치기’가 더 심해지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고 말했다.
안대용 기자
dand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