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더 떨어질 것’ 중개사 전망 늘어

‘집 판다’는 사람 늘지만 거래는 실종

“당분간 거래 소강상태 이어질 듯”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주택시장의 ‘거래절벽’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집을 팔겠다는 사람은 종전보다 늘고, 당분간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본 일선 중개업소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해부터 일제히 하락한 각종 심리지표는 꽁꽁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월간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전국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5.0포인트 내린 88.1로 조사됐다. 이는 2019년 5월(85.2)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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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를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양도소득세 완화 공약이 나오면서, 자산가들이 매도시점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연합]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전국 4000여개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2~3개월 뒤 집값에 대한 전망을 물어 산출한 지표다. 0~200 범위에서 100 미만이면 ‘하락’ 의견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85.9), 경기(85.5), 인천(83.4), 5대 광역시(83.8) 등의 지수가 일제히 전달보다 하락해 80선에 머물렀고, 기타지방(97.3) 역시 1년 반 만에 두자릿수로 전환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3개월 뒤 집값 하락’을 내다본 중개업소가 더 많아진 것이다.

거래시장에선 ‘매수자 우위’가 확고해졌다. 이달 전국 매수우위지수는 52.6으로 전월보다 9.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19년 10월(48.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한 것이다. 매수우위지수는 0~200 범위 내에서 지수가 100 미만이면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많다는 뜻이다.

‘집을 팔겠다’는 사람은 늘어나지만 사실상 매매거래는 실종된 상태라고 중개사들은 입을 모았다. 중개사를 통해 거래 활성화 정도를 파악하는 전국 매매거래지수는 이달 3.2를 찍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1.7)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달 ‘거래가 활발하다’고 답한 중개업소는 한 곳도 없었다. 서울의 해당 지수는 1.5로 2019년 4월(1.5) 수준으로 돌아갔다.

주택시장의 심리를 보여주는 지표들의 이 같은 흐름은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대선 변수 등으로 거래가 감소함과 동시에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사라진 시장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집값 상승세도 주춤하다. 이달 전국 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단독주택 포함)의 평균 매매가격은 0.28% 상승했다. 이는 2020년 5월(0.14%) 이후 최저 상승률이다. 이달 서울의 집값 상승률은 0.21%로, 지난달(0.37%)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한국은행이 연초부터 금리 인상에 나선 가운데 대출 이자도 오르면서 매수심리는 더 얼어붙었다”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대선 이후 정책 변화와 섣부른 의사결정으로 인한 손실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거래를 미루고 있는데, 당분간 거래량 급감과 이에 따른 보합 수준의 (집값) 변동률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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