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 상황 영향으로 압력 제한적

향후 경기회복 시점에 일거에 임대료 상승 가능성 커져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표준지 공시지가가 2년 연속 10% 이상 급등하자 늘어난 세금 부담이 향후 상가 임대료 인상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로 타격받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공시지가 급등이 부메랑처럼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시 두 자릿수’ 뛴 땅값…늘어난 세부담 임대료로 불똥(?) [부동산360]
서울 명동 인근 지하상가 한 가게에 임대료 인하 호소문이 붙어 있다. [연합]

23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내년도 표준지 공시지가가 급등하자 토지 관련 세금 인상이 궁극적으로 상가와 건물 임대료 상승 압박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에서 건물주가 임대료를 바로 올리기는 쉽지 않지만, 향후 정상화 시점에서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난 세금 부담을 임대료로 전가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현 시점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표준지 공시가격 상승과 향후 개별 토지 세금 증가가 당장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임차 상인들의 경영 악화가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자영업 경기가 여전히 부진하고 공실도 많다. 공실이 아니여도 영업 부진 부담이 커서 바로 임대료 상승으로 전가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중대형 및 소형 상가 임대료 모두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4분기와 비교해 3%가량 하락한 상태다.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가 사상 최대인 10.35% 상승했지만, 자영업 경기 부진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한 결과다. 실제 전국적으로도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명동에서도 절반 가량의 상가가 공실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 같은 상황은 코로나19사태라는 특수한 상황이 만든 경우라는 점이 문제다. 향후 경기회복 시점에서는 그동안 누적된 수익률 하락분을 일거에 반영하며 보다 큰 임대료 상승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시 두 자릿수’ 뛴 땅값…늘어난 세부담 임대료로 불똥(?) [부동산360]
명동 한 상가에 붙어있는 임대 안내문 [헤럴드경제DB]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공시지가 인상은 세금 증가로 이어질 수 밖에 없고, 토지를 소유한 개인과 기업의 보유세 부담도 늘어나는 구조”라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있고 상가임대차보호법이란 제어장치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공시지가 인상은 임대인에게 세후 수익률이 낮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일정 부분을 임대료 인상으로 전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시지가 자체의 상승 못지않게 공정시장가액비율, 즉 실제 세금 부과시 적용하는 공시가격 비율의 상승이 함께 이뤄진 것도 향후 임대료 상승 우려를 부채질하는 대목이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명동 등 표준지 상위 10위 이내 초고가 땅들은 모두 8곳이 코로나19 여파로 공시지가가 하락했음에도 내년 보유세는 더욱 증가한다.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올해 95%에서 내년에 100%로 오르기 때문이다.

선 대표는 “향후 경기회복 시점에 맞춰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는 곳부터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시 두 자릿수’ 뛴 땅값…늘어난 세부담 임대료로 불똥(?) [부동산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