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사과는 껍질째 먹는 경우가 흔하다. 아예 껍질째 먹기 편하도록 세척해서 개별 포장된 사과도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과일들은 대부분 깎아서 먹게 된다. 과일 속 영양소가 껍질에 다량 들어있음에도 말이다.
최근에는 껍질째 먹기 쉽도록 개발된 국산 품종들이 많이 나와있다. 사과 외에도 배나 포도, 단감, 심지어 키위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류수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수과 연구사는 “배에는 루테올린 성분이 풍부해 호흡기 질환 예방에 좋지만 이러한 성분은 껍질에 더 많이 들어있다. 최근에는 ‘조이스킨’이나 ‘스위트스킨’ 등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새로운 품종들이 나와 있으므로 깨끗하게 세척후 그대로 먹으면 맛있게 건강을 챙길 수 있다”고 전했다.
유기농 배를 재배하고 있는 최동춘 흙농장 대표는 “사람들이 사과는 껍질째 먹으면서 배는 항상 깎아서 먹는 것이 아쉽다”라며 “배의 껍질을 버리면 영양소의 절반을 버리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배 껍질은 과일 전체의 약 10% 정도이나, 껍질에 함유된 플라보노이드나 폴리페롤과 같은 기능성 성분은 배 4개의 과육에 포함된 양과 비슷하다. 최 대표는 “감천배처럼 껍질이 얇고 부드러운 배 품종들은 그대로 먹기에 좋은 과일”이라고 했다.
복숭아 역시 항산화물질인 베타카로틴과 유기산이 풍부한 과일이다. 권정현 과수과 연구사는 간편하게 껍질째 먹을 수 있는 복숭아로 ‘옐로드림’과 ‘스위트퀸’, ‘이노센스’를 언급했다. 권정현 연구사는 “천도 복숭아는 껍질째 먹을 수 있지만 신 맛이 강해 선뜻 선택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며 “이에 국집원예특작과학원은 2006년 털복숭아(백향)에 천도품종(로매머1)을 교배한 옐로드림 품종을 선발했다”고 말했다. 옐로드림은 당도가 높으면서도 산미가 낮아 달콤하게 즐길 수 있는 복숭아다.
포도 또한 항암 기능과 노화방지로 유명한 라스베라트롤이 껍질에 다량 들어있다. 허윤영 과수과 연구사는 “‘홍주씨들리스’는 당도가 높지만 산 함량이 적당히 높아 맛이 새콤달콤하다”며 “씨가 없으면서도 껍질이 딱딱하지 않아 이물감 없이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홍주씨들리스의 기능성 물질 분석에서 에피카테킨, 쿼세틴, 레스베라트롤 등 7개 항산화물질 함량이 외국산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단감으로는 ‘연수’를 꼽을 수 있다. 마경복 연구사는 “단감 껍질에는 베타카로틴, 라이코펜, 루테인 등 기능성 성분이 풍부하게 때문에 그대로 먹으면 이러한 성분까지 함께 섭취할 수 있다”며 “연수 품종은 ‘부유’나 ‘차랑’ 등의 품종과 달리 껍질이 매우 얇고 부드러운 고품질 단감”이라고 했다.
키위도 껍질째 먹을 수 있는 품종이 있다. 이목희 연구사는 “‘녹가’와 ‘그린몰’ 품종은 외국산 골드키위에 토종 다래의 특성을 도입해 개발한 것으로, 당도는 골드키위와 비슷할 정도로 꽤 높다”라며 “특히 껍질에 털이 없기 때문에 그대로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간편하면서도 영양소가 풍부한 식품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에 따라 껍질째 먹는 과일 품종들이 소비자 이목을 더욱 끌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