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건설사 개선안에 ‘심의 보류’
단지별 시뮬레이션 등 전문적 검토 필요 언급도
입주 예정자는 입주 늦어지면서 발동동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김포 장릉 주변 아파트 건설과 관련해 정부도 결정을 미뤘다. 문화재 보존이라는 취지와 입주를 코 앞에 둔 주민들의 고통과 피해 사이에서 결론 내리기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특히 관련 건설사만의 잘못이나 문제가 아닌, 인허가 과정에서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업무 오류 쟁점도 함께 있어, 해당 아파트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와 궁능문화재분과의 합동분과는 지난 28일 오후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회의를 열고, 건설사들이 제안한 보안 방향에 대해 '심의 보류' 결정을 내리며 판단을 유보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제안한 안으로는 역사문화적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추후 소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에 보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단지별 시뮬레이션 등 보다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건설사들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인 층수 조정을 위한 철거 등이 아닌 마감색채를 녹색·남색 등을 사용하고 외관에 전통 문양을 넣는 방법, 그리고 옥외 구조물의 경우 옥상에 정자를 설치하거나, 지붕에 기와를 얹겠다고 제안한 것과 관련,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의미다.
실제 이번 사태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건설사 등 이해 당사자 모두가 한두가지 오류를 범하면서 사태를 키워왔다는 평가다.
지난달 6일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건설사 3곳을 경찰에 고발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 반경 500m 안에 높이 20m 이상 건물을 지으려면 문화재청 개별 심의를 통과해야 하는데 문제가 된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들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지난 2014년 인천도시공사로부터 택지 개발 허가를 받은 땅을 사들였고 2019년엔 인허가기관인 인천 서구청의 경관 심의를 거쳐 공사를 시작했으므로 문제가 없었다고 항변한다.
정부는 바뀐 법과 제도를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고 아파트가 올라가는 것만 바라보고 있었다. 인천 서구청 관계자도 “문화재청에서 저희에게 2017년에 바뀐 사항을 담은 전자문서를 보내주지 않는 등 제대로 고시하지 않았다”면서 “저희는 기존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허가를 내준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입주 예정자들이다. 해당 아파트들이 이런 문제가 있는지 사전에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귀한 청약통장까지 깨며 내 집 마련에 성공했지만, 입주를 코 앞에 두고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실제 한 입주 예정자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건설사도 잘못이 있고, 인천 서구청이나 김포시청도 문제가 있고, 문화재청 역시 잘못했다”며 “건설사와 행정관청의 잘못을 왜 입주자가 뒤집어써야 하느냐”고 호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