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KT선로 화재로 인해 카드결제가 불가능합니다. 현금결제 부탁 드립니다.”(2018년 11월)
“KT 전산장애, 현금만 결제 가능”(2021년 10월)
KT 통신망이 3년 만에 또다시 최악의 재난을 일으켰다. 2018년 아현국사 화재로 서울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이 피해를 입었다면, 이번에는 전국적 마비로 확대됐다. 약 1시간 동안 장애 후 KT는 단계적 복구를 진행했지만, 온나라가 동시다발적으로 혼란에 빠졌다. 특히 당장 카드결제가 막힌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가 직격탄을 맞았다. 3년 전 화재로 매출에 비상이 걸렸던 모습과 판박이다.
실제 25일 KT 전산망 장애로 전국 식당과 상점 등에서 결제 서비스가 마비됐다. 특히 오전 11시 이후 발생해 점심 시간을 앞둔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이 큰 손해를 입었다.
KT는 자영업과 관련해 다양한 상품을 올인원(All in one)으로 제공 중이다. 가격이 저렴하고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처럼 오류가 나면 모든 시스템이 ‘마비’가 된다.
강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7)씨는 “가게 와이파이 뿐 아니라 결제 시스템, CCTV 등 보안 상품까지 모두 KT를 쓰는데 이런 일이 생기니 당황스럽다”며 “음식점, 카페는 KT 관련 상품이 저렴해 많이들 사용하는데 자영업자 피해가 클 것 같다”고 말했다.
2018년에도 KT 화재로 인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주요 피해 및 보상 대상이었다. 당시 11월 24일 서울 충정로 KT 아현국사 건물 지하의 통신구에서 발생한 화재로 서울 한강 이북 서부 지역 KT 유선전화, 인터넷, 휴대전화 등이 최대 몇 주 동안 불통됐다. 이에 해당 지역 소상공인들이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이 완료되기까지 사고 발생 후 333일이 걸렸다.
이에 KT와 소상공인연합회, 참여연대, 정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KT 통신구 화재에 따른 상생 보상협의체’가 구성됐다. 보상협의체는 피해 범위에 따라 40만~120만원을 책정한 보상액을 정했고, 피해 보상 전체 신청자에게 KT가 지급한 보상금은 총 70억여원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국적 전산망 장애 원인은 당초 대규모 디도스 공격으로 파악돼 경찰도 정식 수사에 착수했지만, KT는 “면밀히 확인한 결과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를 원인으로 파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내부 관리 소홀에 따른 결과였던 셈이다.
동시 KT는 위기관리위원회를 가동하고 수습에 나섰다.
이와 함께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등 전산망 장애에 따른 보상 계획 절차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KT를 향한 대규모 집단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장애로 KT의 통신망 관리 부실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구현모 대표 체제 후 전통 통신사에서 디지털 기업으로 탈바꿈 중이지만, 이번 사고로 기업 신뢰에도 영향을 받게 됐다.
한편 아현국사 화재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재난관리심의위원회를 열고, 내년 중 신규 지정시설에 대한 통신망·전력공급망 이원화 완료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내년 말까지 대상 시설 99.3%의 통신망 이원화, 95.7%의 전력공급망 이원화를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2019~2020년 통신망 이원화가 적용된 시설은 679개로 전체 이원화 대상 893개 대비 76% 수준이다.
통신망 이원화는 재난이 발생해 중요 시설 중 한 곳에 장애가 발생해도 우회로를 연결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