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사장님, 갤럭시(삼성)는 아재(아저씨)들이 쓰는 폰이라는 인식이 많습니다.” (삼성 직원)
“우리가 쌓아온 이미지가 잘못된 게 아니다. 디자인을 젊게 가져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내년 신제품부터는 과감하게 이를 적용하겠다. MZ세대 뿐 아니라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지난해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두고 노태문 사장과 직원들 간에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젊은 직원들은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의 ‘이미지’에 대한 쓴소리를 이어갔다. 애플 아이폰과 샤오미 등 중국업체들에게 밀리며 삼성 스마트폰의 1위 자리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미래 세대에 대한 전략 부재, 갤럭시 브랜드 정체성(아이덴티티)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신세대들에게 외면받고 있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하지만 최근 폴더블(접히는)폰 갤럭시Z 시리즈 출시 이후 기류가 바뀌었다. ‘갤럭시Z플립3’와 ‘갤럭시Z폴드3’ 구매자 절반 이상이 20대, 30대다. 아이폰을 사용하다 갤럭시 시리즈로 바꾼 ‘환승족’도 눈에 띄게 늘었다. 삼성전자의 폼팩터(기기 형태) 혁신이 갤럭시의 오랜 ‘아재폰’ 이미지를 허물지 주목된다.
갤럭시Z플립3 구매자 절반 이상이 20대·30대
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20대가 갤럭시Z플립3 구매자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26%, 30대 25%, 40대 21%, 50대 17%로 전체 구매자 중 20대와 30대 비중이 절반 이상이다. 갤럭시Z폴드3는 30대와 40대의 구매자 비중이 가장 높았다. 30대와 40대가 각각 27%씩, 50대 19%, 20대 17%다.
기존 갤럭시 제품의 연령별 선호도를 고려하면 매우 두드러지는 변화다. 40대 이상 연령층에서 갤럭시 사용률은 압도적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6월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40대의 79%, 50대의 77%, 60대 이상의 65%가 갤럭시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반면 20대(만 18~29세)는 아이폰 사용자가 갤럭시 사용자보다 많았다. 20대 중 갤럭시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응답한 비중은 52%로, 아이폰 사용자(39%)보다 13% 포인트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전 연령을 아우르는 실적이었지만 전작 갤럭시노트20 대비 20대 후반~30대 초반 가입자 증가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2030의 호응에 힘입어 갤럭시Z 시리즈는 39일 만에 국내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했다. 바(Bar) 타입의 스마트폰을 모두 포함해 역대 3번째로 빠른 기록이다. 가장 빨리 100만대 판매를 달성한 제품은 ‘갤럭시노트10’으로 25일이 걸렸다. 두 번째로 단기간에 100만대를 넘어선 제품은 ‘갤럭시S8’으로 37일이 소요됐다.
“아이폰에서 갈아탔어요” 환승족 껑충
애플 사용자의 이탈도 주목할 만하다.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 구매자의 12.4%가 직전에 아이폰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노트20 시리즈의 경우 아이폰 사용자였던 구매자 비중은 5.2%였다. 애플 ‘환승족’이 1년 사이에 2배 넘게 증가한 셈이다.
아이폰 선호도가 높았던 젊은 여성층의 갤럭시Z플립3 구매가 한 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갤럭시Z플립3 구매자의 56.5%가 여성이다. 지난해 8월 출시된 갤럭시노트20 시리즈에 비해 여성 구매자 비율(41.2%)이 15% 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갤럭시Z플립3의 미니멀한 디자인과 다양한 색깔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여성 소비자가 늘었다. 최근 갤럭시Z플립3를 구매한 소비자 A씨(31세·여성) “‘샤넬’을 떠올리게 하는 갤럭시Z플립3에 매료됐다”며 “애플 제품에서 더 이상 ‘새로움’이 느껴지지 않아 삼성 제품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A씨는 8년 동안 아이폰을 사용해 왔다.
또 다른 소비자 B씨(27·여성)는 “애플이 세련된 느낌이 있어 사용했는데 갤럭시Z플립3를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며 “다음 스마트폰으로 갤럭시Z플립3를 점 찍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