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네이버의 경우 라인, 스노우, 웹툰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데.. 카카오는 국내 시장 지배력만 강화시켜 쉽게 돈 버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5일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향한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골목상권 침탈, 문어발 확장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내부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내수 기업’ 꼬리표가 가장 억울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적어도 콘텐츠 사업에서만큼은 해외 시장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경쟁력 또한 입증받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게임, 음악, 스토리(웹툰·웹소설), 미디어 등을 포함하는 콘텐츠 부문은 590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중 해외 매출을 이끌고 있는 스토리 부문이 188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1년 전인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57%의 성장을 기록했는데, 카카오 전체 매출 성장률(42%)보다 가파른 속도다. 이로써 카카오의 스토리 부문 매출 비중은 2년 전 10% 초반에서 현재 10% 중반대까지 커졌다.
반면 네이버의 콘텐츠 사업은 지난해 2분기 1448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사 매출(1조6635억원)의 9%에 미치지 못했다. 더군다나 네이버의 콘텐츠 매출은 웹툰 외에도 뮤직, 스노우 등 주요 해외 사업을 포괄한다. 웹툰 분야는 네이버가 카카오에 비해 해외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사업 영역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매출 규모를 보면 오히려 카카오가 앞서고 있는 셈이다.
실제 주요 콘텐츠 시장에서도 카카오가 우위를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만화 시장인 일본에서 자회사 카카오재팬을 통해 운영하고 있는 만화앱 ‘픽코마’가 대표적이다. 픽코마는 서비스 개시 4년여 만인 지난해 7월, 기존 1위 만화앱이었던 네이버의 ‘라인망가’를 제치고 비게임앱 부문 매출 1위로 올라섰다. 올해 9월 기준 픽코마의 일본 만화시장 점유율은 65%로 여전히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앱데이터 분석 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픽코마가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등 양대 앱마켓에서 벌어들인 매출은 1억2000만달러(약 1400억원)으로 집계된다.
지금까지는 카카오의 해외매출 대부분이 카카오재팬으로부터 나왔지만, 최근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해외 시장에서 화력을 더하고 있다. 우선 북미 최초 웹툰 플랫폼인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쉬’가 지난 2분기 중 카카오엔터의 글로벌 자회사로 편입됐다. 지난 6월에는 웹툰 플랫폼 ‘카카오웹툰’을 태국과 대만에 출시했는데, 특히 태국에서는 출시 두달여 만에 누적 매출 1위로 올라섰다.
물론 전체 그룹 매출을 살펴보면 여전히 카카오보다는 네이버의 해외 매출 비중이 높다. 현재 네이버의 해외매출 비중은 일본 라인을 포함한 연결기준 30% 수준이다. 네이버는 향후 스마트스토어의 해외 진출 등을 토대로, 라인을 제외한 해외 매출 비중도 30%대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이에 반해 카카오의 해외매출 비중을 올해 첫 두자릿수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카카오가 해외 사업을 본격화한 것이 최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속도는 더디지 않다는 평가다. 특히 올해부터는 웹툰 외에도 카카오게임즈를 통한 글로벌 퍼블리싱 수익이 예상돼있고, 계열사 그라운드X를 통해 블록체인 생태계를 확대하는 전략도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