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천재의 폐쇄성’ ‘폐쇄적인 완벽주의’.
애플 운영체제(OS)의 폐쇄성을 고집했던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를 표현하는 말이다. 스티브 잡스의 비밀주의와 폐쇄적인 정책철학은 애플 제품의 보안성을 강화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 서비스(AS)까지 지나친 폐쇄정책으로 일관하면서 전 세계 이용자의 불편·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애플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이 애플 AS의 폐쇄성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최근 미국에선 소비자들의 ‘알아서 고칠 권리’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계속되는 가운데 폐쇄적인 애플의 AS정책이 대대적인 변화를 맞게 될지 주목된다.
악명 높은 AS…애플의 ‘악습’
외신들은 애플이 사설 수리점에 부품을 제공하지 않는 방식으로 애플 제품의 수리를 독점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이 때문에 단순 부품 교체로 수리가 가능한 부분이 많지만 애플 공식 수리점에서 더 비싼 비용을 들여 수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번이라도 사설 수리를 이용했을 때 제품의 보증기간을 무효화하는 점도 고객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 대표적인 정책이다. 사실상 이용자들이 자체적으로 수리를 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다.
이에 워즈니악은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애플의 폐쇄적인 AS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애플이 개인용 PC를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수리를 직접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개방적 환경이 없었다면 애플도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애플이 이용자들에게, 이른바 ‘알아서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를 줘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애플 AS 정조준한 미국…국내도 개선될까
최근 애플의 AS정책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업의 반독점 행위를 바로잡겠다며 애플을 정조준한 데 따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소비자에게 수리 권한을 부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휴대전화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공식 AS센터 외에 사설 수리점 이용을 제한하는 것을 규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미국 정부가 사실상 애플 AS정책을 개선하도록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애플 AS정책이 달라질 경우, 국내 소비자들의 혜택으로 이어지게 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국내에서도 애플의 AS는 악명이 높다.
애플은 배터리 교체 등 일부를 제외하곤 작은 고장에도 제품 전체를 바꿔야 하는 ‘리퍼 제도’를 고집한다. 일부 아이폰 부분 수리를 도입하긴 했으나 특정 제품에만 국한돼, 사실상 국내에서도 ‘리퍼폰’ 중심의 정책이 시행 중이다. 즉, 국내 소비자들은 기능 일부가 고장 나도 아이폰 전체를 리퍼폰으로 교체해야 한다.
이로 인해 공식 AS센터의 수리비용 부담이 큰 탓에 국내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사설 수리점을 이용했다.
오랫동안 아이폰을 이용했다는 한 소비자는 “작은 고장에도 제품 전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은 아이폰 사용자들이 느끼는 가장 큰 불만사항”이라며 “이번 기회를 계기로 애플 AS정책에 변화가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