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This country is weird(이 나라는 이상해).”
게임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규제가 전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아 ‘초통령 게임’으로도 불리는 ‘마인크래프트’가 한국에선 ‘게임 셧다운제(만 16세 미만, 0~6시까지 게임 규제)’ 때문에 성인용 게임이 됐기 때문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마인크래프트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에 있는 플레이어의 경우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을 구입해 이용하려면 만 19세 이상이어야 한다”는 내용을 고지했다.
지난 2014년 마인크래프트 개발사인 ‘모장 스튜디오’를 인수한 MS는 이 게임의 최초 PC용 버전(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의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 초부터 모바일·콘솔·PC 통합 버전인 ‘베드락 에디션’과 계정 통합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MS는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는 특정 연령대의 이용을 차단하는 ‘한국용 서버’를 별도로 구축하기 힘드니 아예 성인만 계정을 만들 수 있게 방침을 바꿨다.
사실 마인크래프트 베드락 에디션 이용자들은 같은 이유로 이미 성인 인증을 요구받았다. 이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MS 계정을 해외로 설정하는 등 연령 제한을 우회하는 방법이 공유됐다. 자바 에디션을 이용하면 이 같은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게임을 즐길 수 있었는데, 이마저도 막히게 된 것이 최근의 상황이다.
마인크래프트에 성인용 게임과 같은 규제가 적용되는 한국의 상황은 세계적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reddit)’에도 공유되며 조롱을 사고 있다. 관련 게시글을 통해 이슈를 접한 한 누리꾼은 “한국은 실명을 확인하고 게임 콘텐츠를 검열하고 이용에 제한을 두는 것에 너무 공격적(aggressive)”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비디오게임에 대해 시대를 역행하는 인식(backwards view)을 갖고 있다” “관련 부처가 존재 이유를 입증하기 위해 필요 없는 규제들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셧다운제로 불리는 청소년보호법 제26조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이 오전 0∼6시에 인터넷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011년 여성가족부가 청소년의 적절한 수면시간 확보와 게임중독 방지 등을 이유로 들며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실효성과 권리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모의 아이디와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거나 해외 계정을 통해 콘텐츠를 내려받는 우회방법이 얼마든지 있고, 일률적인 접속 차단으로는 게임중독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셧다운을 위해 별도로 서버와 인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기에 중소 게임업체에 부담을 준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청소년의 행복추구권과 부모의 교육권 보장 등을 이유로 내세워 셧다운제를 폐지하자는 법안이 여러 건 발의됐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본인이나 부모가 요청할 때만 접속을 제한하는 ‘선택적 셧다운제’로 일원화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고,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예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문제는 가정에서 지도할 영역”이라며 셧다운제 전면 폐지를 주장했다. 다만 이전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발의됐던 유사 법안이 번번이 폐기됐다는 점을 비춰볼 때 이번 개정안 역시 통과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한편 셧다운제 소관 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게임 이용 환경이 변화하고 ‘셧다운제 폐지’ ‘부모선택제 도입’ 등 법안이 발의된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청소년 보호와 다양한 집단의 의견이 균형 있게 충분히 논의될 수 있도록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인크래프트와 관련해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성인 게임화를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나흘 만에 7만명 이상 동의를 받는 등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을 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