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가곡으로만 고백한 00년생 박태준
백합같은 소녀 그리울때 찾던 청라언덕
100년후 할말하는 00년생 당찬 걸크러쉬
안중근 의사 강연하고, 현진건 세계관 정립
요즘 가장 건강해진 대구, 전남과 방역 선두
감성 채우고,패러글라이딩,세계유산속으로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대구 동산동 청라언덕은 같은 00년생인 음악가 박태준과 소설가 현진건이 자주 거닐던 곳이다.
리얼리스트 현진건은 계산성당 쪽에서 청라언덕으로 가는 90계단을 오르내리면서, 김첨지가 어느 운수 좋은 날 퇴근길 죽은 아내에게 내민 설렁탕 한그릇 같은, 안타까운 현실을 고발하고 국민들의 의기를 다질 ‘문학적 증언’, 사실주의 소설을 구상했을 것이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로맨티스트 소년 박태준은 ‘대구의 몽마르뜨’, 청라언덕에서 짝사랑하던 소녀에게 마음을 제대로 전해보지도 못하고, 그녀만 모르고 전국민이 아는 ‘동무생각’ 노래를 만들었다.
청라언덕은 130여년전 한국에 와서 가난한 사람들 치료하고 교육해주던 미국 선교사들을 위해 달성서씨 종가가 헐값에 내어준 땅이고, 선교사들이 한옥과 양옥 퓨전형 집에 담쟁이를 심은 곳이다. 언덕아래 3.1운동 시위대의 이동통로인 90계단을 지나 계산성당 앞에 가면 안중근 의사가 강연했던 곳도 있다.
그래서 청라언덕에 서면 담쟁이 넝쿨같은 우정과 백합 같은 사랑과 90계단 깃발 같은 의기와 선교사들의 헌신과 두툼한 인문학을 온 몸으로 흡입하게 된다.
▶1900년생 박태준 vs 2000년생 밀레니얼세대= 여기서 2㎞가량 떨어진 방천동 김광석 거리에 가면, 박태준 같은 소년이 백합을 닮은 여학생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쭈뼛거리는 모습의 벽화가 있다. 이를 한참 후배 음악가 김광석이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쳐다본다. 벽화의 이름은 ‘말하지 못한 내 사랑’이다.
대구 몽마르뜨에도, 김광석거리에도 00년생들이 재잘거린다. 2000년 전후 태생 청년들은 1900년생 현진건처럼 돌려 외치지도 않고, 박태준처럼 쭈뼛거리지도 않는다.
전통킥보드로 씽~하고 나타나 삼촌뻘 김광석의 노래를 듣고 셀카놀이를 즐긴다. “대박 멋지다”, “촤삐라”, “니, 내한테 고백하는기가?” 돌직구 즉각대응 화법에 익숙한 2000년 생들은 1900년생 박태준-현진건이 고뇌하던 곳을 힐링+인생샷+마음방역 놀이터로 만들었다.
아름다운 풍경,인문학,우정이 있는 청라언덕과 감성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방천동을 가진 대구는 국민들에게 전하지 못한 말을 꺼내놓기 보다는 가장 건강해진 손을 조심스럽게 내민다.
지금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대구와 전남인데, 대구는 청라언덕, 김광석 거리 말고도 대니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낙동강 수상스포츠밸리, 별빛캠핑장, 아양기찻길 등 국민과 만날 장소를 더 만들어 두었다.
▶이건희 회장 생가터, ‘경제신화 도보길’ 신설= 김광석 거리도 바뀌었다. 김광석이 고흐의 별밤 무대 프랑스 아를의 어느 카페에서 연주를 하는 모습, 송강호·김광석·신하균이 함께 등장한 ‘공동그리움구역’ 영화간판이 섰으며, 김광석스토리하우스가 화마의 아픔을 딛고 최근 다시 문을 열었다. 근대골목은 QR코드를 폰카에 대면 증강현실(AR) 체험이 가능하도록 표지판도 두었다.
대구에 가서 꼭 타봐야 하는 전철3호선 모노레일 지상철의 달성공원역 4번 출구 인근에는 삼성상회터와 고(故) 이건희 회장 생가터가 있는데, 대구시는 이곳을 중심으로 ‘경제신화 도보길’이라는 신규관광코스를 만들었다. 이건희 미술관 대구 유치도 추진되고 있다. 조만간 착공하게 될 대구간송미술관은 내년에 완공된다.
문화특구 지정을 추진중인에 동성로에 스파크랜드 대관람차가 런던아이 처럼 ‘대구 아이(Eye)’로서 도심을 굽어보는 가운데, 대구는 중심부에 추억·미식·근대유산을 두고, 동서 양쪽의 청정지역엔 동(東)생태, 서(西)레저의 진용을 갖춘다.
▶참 쉬운 패러글라이딩= 서쪽 달성군 구지면과 현풍읍의 경계 낙동강 곡류지점의 대니산(해발408m)에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생겼다.
대구 활공랜드 이종섭 대표는 “조종사가 꿈이었는데, 생업에 종사하느라 늘 가슴 속에 하늘을 나는 꿈을 갖고 있다가, 레포츠를 즐기는 아내와 의기투합해 패러글라이딩 동아리와 법인을 조직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태프들은 모두 동아리회원으로 끈끈한 손님맞이, 케어서비스 팀워크를 자랑한다.
활공의 품질은 바람 타이밍이다. 맞바람이 불어주면 몇 발 안뛰어도 쉽게 뜨고, 바람이 없다면 발이 땅에서 떨어졌어도 계속 뛰고 날면서도 뛰는 발짓을 물속 오리발처럼 해야 한다. 의외로 쉽다. 리더가 다 조정해주기 때문에 안전장구만 잘 착용하면 360도 TV 보듯 편안한 자세로 구경하다가 셀프영상촬영기의 각도를 잘 조정해서 인생샷만 남기면 된다.
가까이는 비슬산, 멀리는 팔공산, 가야산도 보이고, 아래로는 낙동강 현풍-구지 S라인이 멋지게 펼쳐져 있다.
인근 유네스코세계유산 도동서원의 주인 한훤당 김굉필이 대니산에 살면서 공자를 받드는 산이라 했건만, 이젠 하늘을 날고 싶은 국민을 받드는 산이 됐다.
▶레포츠로 거듭난 달성과 낙동강= 달성 여행명소 삼각형 꼭지점 지점에 도동서원이 동편에 대니산이 있고, 서편에는 낙동강 레포츠밸리가 있다. 수상레저센터에서는 윈드서핑, 바나나보트, 수상스키 등 10여가지 수상레포츠를, 구지-강변 두 오토캠핑장에서 캠핑을 즐기고, 내 멋대로 쉬며 놀며 할 수 있는 자전거길도 잘 만들어 놓았다.
달성군청 북쪽에 있는 사문진생태탐방로-주막촌-아메리카대륙을 닮은 달성습지 일대는 올해 비대면 안심관광지로 선정됐다.
너무 놀았다 싶으면, 의관을 정제하고, 둘레가 8m인 400살 은행나무에게 예를 표한 뒤 어른 한명이 조신하게 옷매무새 여미면서 환주문을 통과하는 세계유산, 도동서원에서 인문학 한수 챙기면 좋겠다.
무너질 일 없는 4~12각형 크고 작은 돌로 학당전각의 단을 빈틈없이 쌓은 모습에서 대구 선비들의 이공학적 안목도 엿본다. 불필요한 장식 없이 간소하게 지어져 더 눈길이 간다.
도동서원 남쪽 10㎞지점, 한훤당 김굉필과 일두 정여창 두 은퇴노인이 교류한 곳, ‘이노(二老)정’에선 각각 민주정치와 평등사상으로 대표되는 두 대학자의 혼을 느낄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마루 천장에 우물 정(井)자 통풍구를 두어 산바람, 강바람의 유통을 자연스럽게 이용한 지혜도 목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