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수협 + 다수 공급자 참여 경쟁 유도
軍, ‘국내산 군납’ 체계 손질 필요성 제기
공급자 중심에서 장병 선호·건강 우선으로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국방부는 부실 ‘급식사태’ 해법과 관련해 기존 공급자 위주의 식재료 조달체계를 경쟁체계로 전환하는 등 장병 선호와 건강을 우선하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지난 1일 제8기 대한민국 급식·피복 모니터링단이 전북 익산 육군 부사관학교를 방문해 군 급식실태를 확인한 자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고 4일 밝혔다.
회심의 카드는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eaT)을 벤치마킹한 장병급식 전자조달시스템(가칭 MaT)이다.
군 급식시스템 직영을 원칙으로 하되 ‘선 식단편성·후 식재료 경쟁조달’ 체계로 바꾸고 전자조달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3만명 규모의 군단급에 편성된 영양사를 1만2000명 규모의 사단급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올 하반기 영양사 47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영양사 채용을 여단급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을 군 전용으로 변형한 시스템을 내년중 개발하고, 기존 군수와 재정 등 군 정보체계와 연동해 식단편성부터 입찰, 계약, 정산까지 하는 시스템을 구축·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장병급식 전자조달시스템이 가동되면 현재 군 급식에 납품하는 농·축·수협뿐 아니라 다수의 공급자들이 참여하는 경쟁구도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군 관계자는 “친환경 무상급식세대 장병들이 군대에 왔는데 개인의 선호나 취향을 반영하지 않는 메뉴가 문제”라며 “MZ세대 선호를 반영하기 어려운 공급자 위주의 식재료 조달체계”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금처럼 미리 식재료가 짜인 상태에서는 장병들이 원하는 메뉴가 나올 수 없다”며 기존 농·축·수협 중심의 식재료 조달 체계의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1000여개 농·축·수협 가운데 군납 농·축·수협은 90여개에 불과한데 1년 단위 수의계약을 통해 납품조합 변경 없이 납품을 지속하고 있다.
돼지, 닭 등 축산물의 경우 ‘마리당 계약’으로 닭다리 등 장병들이 선호하는 부위나 돼지 목살, 등심 등 메뉴에 따른 적정 부위별 납품은 아예 불가능하다.
특히 수산물은 지난 2015년부터 매년 실시해온 외부 전문기관 품목별 만족도 조사에서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단가는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장병들이 ‘명순튀’, ‘명순조’로 부르는 ‘명태순살조림’이 나오는 날에는 잔반이 대량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또 장병들은 커피우유 등을 선호하는 것과 달리 군과 농·축협은 흰우유를 연간 393회(1일 1.2개) 제공하는 등 장병들의 선호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는 현재 전량 국내산으로 납품하도록 하고 중소기업 및 보훈·복지단체 제품으로 한정하고 있는 군납체계에 대해서도 관련부처와 협의를 통한 손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부처 간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지금 상황은 장병들이 그런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국방부 입장에서는 장병들을 대변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국방부는 조리병 확충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대규모 교육훈련기관을 중심으로 민간위탁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조리병 중심 조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학교나 민간급식처럼 조리병 대신 민간인력이 조리하는 방안도 시범적으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1970년 이후 51년 만에 군 급식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꾸려는 측면이 있다”며 “당장 내일 효과가 나오기는 어렵겠지만 장단점을 확인해가면서 문제점을 최소화하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