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동물들에게도 쾌락을 좇는 ‘중독’이 있을까?”
동물들이 술에 취하거나 환각을 느끼는 것으로 추정되는 다양한 사례가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발견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고래다. 고래는 복어를 깨물고 놓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소량의 독을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어가 가진 테트로도톡신은 인간에게는 소량만으로도 치명적인 독성물질이다.
하지만 고래는 소량의 복어 독을 통해 환각 증상을 느낀다고 과학자들은 설명했다. 지난 2014년에는 고래의 이 같은 행동이 BBC 다큐멘터리에 포착되기도 했다. 영상 속에서 고래는 입에 복어를 물고 놓는 과정을 반복하고, 다른 고래에게 복어를 전달하기도 한다. 이 같은 행동이 30분간 계속됐다.
당시 이 모습을 포착한 프로듀서이자 생물학자인 롭 필리(Rob Pilley)는 “고래가 의도적으로 복어를 물고 그 독에 의한 효과를 즐겼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부 과학자는 환각 증상과 무관한 행동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호주 퍼스 머독대의 연구원인 크리스타 니컬슨(Krista Nicholson)은 “소량의 테트로도톡신은 고래를 무감각하게 만들 뿐”이라며 단순한 놀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고래 외에 코끼리가 술에 취하기 위해 발효과일을 섭취한다는 과학자들의 주장도 있다. 캐나다 연구팀은 코끼리가 발효과일을 먹는 것으로도 술에 취할 수 있다고 봤다. 뉴욕타임스는 “코끼리는 동물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술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과거 1974년 인도에서는 코끼리 150마리 무리가 양조장에 침입한 뒤 술에 취해 건물을 파괴하고 5명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발효곡물을 먹고 술에 취한 15마리의 코끼리가 도시를 활보하는 사례가 전해지기도 했다.
국제 학술지 더로열소사이어티에 따르면 코끼리는 다른 포유류에 비해 에탄올을 분해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발효과일을 섭취하는 것으로도 코끼리가 술에 취할 수 있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외에도 시베리아 순록이 환각성 버섯을 즐겨 먹으며 호주·뉴질랜드 등에 주로 서식하는 캥거루과 동물인 왈라비는 양귀비를 좋아해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