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집중해서 봐야하는 영상 지친다…오디오 콘텐츠가 뜬다?”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혜연(29·가명) 씨는 최근 오디오 콘텐츠에 빠졌다. 서울까지 왕복 3시간 가량의 출퇴근 시간에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이전에는 유튜브, 넷플릭스 등으로 영상을 봤지만, 서있어야 하는 상황에 오히려 피곤함만 늘었다. 김 씨는 “아무리 동영상 시대라지만, 오디오만의 편리함이 있어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심상치 않다. 유튜브를 주축으로 한 영상 콘텐츠가 부상하며 오디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거란 예상도 있었지만, 제2의 라디오 시대가 열리고 있다.
주요 소비층은 중장년 층이 아닌 10대~30대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를 아우르는 말)다. 동시에 다양한 활동을 추구하는 ‘멀티플레이어’ MZ세대가 집중이 필요한 영상 보다 오디오를 선호하는 것이다.
카카오, 네이버 등 대기업도 이같은 트렌드를 눈치 채고 오디오 플랫폼 구축에 힘을 싣고 있다. 오리지널 오디오 콘텐츠 제작 시장도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집중 필요한 영상, 피로해” 멀티태스킹 MZ에 적격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인기 뒤엔 MZ세대가 있다. 라디오에서 동영상으로의 시대 전환을 이끌었던 세대가 제2의 오디오 열풍을 일으키고 있단 점은 흥미롭다.
MZ세대의 선호 이유로는, 영상과 달리 멀티 태스킹이 가능하단 점이 꼽힌다. 동영상 콘텐츠 시청은 정해진 시간 동안의 집중을 필요로 한다. 영상을 보면서 다른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오디오 콘텐츠는 두 손이 자유롭다. 원하는 콘텐츠를 들으며 업무도 볼 수 있고, 친구와 연락도 할 수 있고, 취미생활도 할 수 있다. 한 번에 다양한 활동을 추구하는 MZ세대에게 동영상보다 더 적합한 미디어인 것이다.
실제로 오디오 플랫폼의 주요 소비층도 1030 세대가 압도적이다.
개인 오디오 방송 플랫폼 ‘스푼라디오’에 따르면, 전체 이용자의 54.3%가 18세~23세다. 25세~34세 비중도 23.2%에 달한다. 즉, 18세~34세 이용자가 전체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다.
최근 음원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종합 오디오 플랫폼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플로(FLO)’도 마찬가지다. 플로 오디오 콘텐츠(음원 제외) 이용자의 60%가 1030 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작 측면에서도 오디오가 영상보다 훨씬 쉽고 효율적이다. 영상과 달리 출연진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빠른 시간에 녹음이 가능하다. 제작 비용도 영상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다.
업계 관계자는 “제작사 입장에서도 오디오는 영상보다 진입장벽이 낮고 과정이 간단하다”며 “오디오 시장의 미래가 긍정적인 상황에서 투자 대비 효율이 매우 높은 콘텐츠”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 2019년 220억달러(한화 28조8600억원)이던 오디오 콘텐츠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 753억달러(한화 85조 89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제2의 오디오 열풍’에 네이버·카카오도 눈독
다시 시작되고 있는 ‘오디오 열풍’에 카카오, 네이버 등 대기업도 가담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8일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음(mm)’을 출시하고, 오디오 콘텐츠 전문 크리에이터를 모집·육성하고 있다. 향후 카카오톡과의 연계도 늘려가며 한국판 ‘클럽하우스’가 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도 자사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나우(NOW.)’, 음원 플랫폼 ‘바이브(VIBE)’, 오디오 클립 등을 한데 묶어 사내 독립기업인 ‘튠 CIC’를 설립했다. CIC는 네이버가 그룹 차원에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사업 부문을 독립된 회사처럼 운영할 때 사용하는 제도다. 즉, 앞으로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에 힘을 싣겠단 것을 의미한다.
다양한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도 협력을 강화하며 오디오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플로와 스푼라디오는 최근 업무협약을 맺고 오리지널 오디오 콘텐츠 제작 및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협업하기로 했다. 플로의 경우, 개인화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을 표방하며 3년간 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