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건축, 8·4 대책서 주요 공급방안으로 제시
당초 목표치 5만가구인데…신규물량은 729가구
강남권 대단지는 초기 컨설팅부터 외면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공공재건축 첫 후보지로 5곳이 선정됐다. 당초 공공이 재건축 사업에 참여하면서 용적률 등 각종 인센티브를 더해 재건축 추진 활로를 열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정작 공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 강남권 알짜 단지들은 모두 빠졌다. 목표치로 제시한 5만가구 중 2200여가구 확보에 불과하고, 이마저 주민 동의를 받아야 사업 추진이 가능해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토부는 지난 7일 공공재건축 선도사업 후보지 5곳을 선정·발표했다. 세부적으로 용산구 서부이촌동 ‘강변강서맨션’과 관악구 신림동 ‘미성건영아파트’, 광진구 중곡동 ‘중곡아파트’, 중랑구 망우동 ‘망우1구역’, 영등포구 신길동 ‘신길13구역’ 등이다. 이들 단지는 1503가구에서 2232가구로 재건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재건축은 정부가 지난해 8·4 대책에서 언급한 서울 도심 내 주택공급 방안 중 하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사업에 참여해 공공성을 확보하면 종상향을 통해 용적률을 법정 상한까지 올려주고, 임대주택 등을 기부채납 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에 선정된 후보지는 지난해 사전 컨설팅 공모에 응해 결과를 회신받은 7개 단지 중 주민 동의를 최소 10% 이상 받은 곳이다.
국토부는 선도사업 후보지에 대해 용도지역 상향과 공원설치 의무완화 등 도시규제 완화를 적용하고 인허가 절차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8·4 대책에서 제시한 기부채납률 범위(50~70%) 중 최저 수준(50%), 기부채납 주택 중 공공분양 비율은 최고 수준(50%)을 적용하는 특례로 사업성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내달까지 구체적인 정비계획안을 수립하고 주민 동의율을 우선 확보하는 후보지부터 공공시행자 지정, 정비계획 확정 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선정된 5개 단지의 공급 규모는 2232가구로 8·4 대책 발표 당시 목표치로 내놨던 5만가구에는 한참 못 미친다. 신규 물량은 729가구 뿐이다. 500가구가 넘는 단지는 신길13구역(511가구→695가구)이 유일하고 나머지는 200여가구의 소규모 단지여서 공급량을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9차’ 등이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주민 10% 동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제외됐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등 대단지는 사전컨설팅조차 고려하지 않아 초기 흥행 실패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라는 평가도 있다.
후보지로 선정된 곳도 주민들이 실제 사업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사업 추진을 위해선 주민 절반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최근 LH 땅 투기 사건으로 공공이 주도하는 개발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당초 의도한 대로 주택 공급 효과를 보려면 대단지의 참여는 필수적”이라며 “당장 사업 추진보다 재건축 이후의 주거환경이나 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주민들의 요구를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면서 공공이 참여하는 정비사업의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이 참여할 때 주어지는 인센티브를 민간 재건축 사업장도 받을 수 있다면, 당초 공공 참여형 사업을 고려했던 정비사업장의 셈법도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부지의 정형화를 위해 타 토지주와 협의가 필요한 경우나 저소득 토지주를 위해 분담금이 저렴한 공공자가주택 공급, 순환정비 등에서 공공이 장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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