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공무원, 40억 빌려 철도역 예정지 인근 땅 매입
도시철도 연장사업 업무 담당해 사전 투기 의혹
GTX 라인·도시철도 연장 등 인근 지역 집값 상승
“철도 역사 인근 토지 매입도 전수조사 필요”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에서 시작된 정부의 전수조사가 광역급행철도(GTX)나 도시철도 연장 등 교통 호재 지역까지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철도 업무 관련 공직자들도 철도 역사 개발 정보를 미리 접하고 사전 투기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최근 경기지역 한 지방자치단체의 도시철도 관련 업무를 하는 공무원이 철도역사 예정지 인근 토지와 건물을 매입해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서울에 집중된 인구 분산 효과를 기대하며 주요 거점을 30분대로 연결하는 GTX 3개 노선(A, B, C)을 추진해 왔다.
국토부는 GTX-A 노선의 2023년 말 개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GTX-B노선은 올해 말까지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자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고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기본계획수립을 마친 GTX-C노선은 올해 말까지 사업자 선정을 마치고 실시협약을 체결한다는 목표다.
GTX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GTX 역 신설과 지하철 연장 등 교통 호재가 있는 지역 중심으로 집값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GTX 라인과 도시철도 연장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리고 가격이 상승한 대표적인 지역은 고양 창릉과 양주, 남양주 등이다.
지난해 말 고양 창릉지구에 GTX 창릉역 건립이 확정되고, 고양∼서울 은평 간 도시철도 신규노선(고양선) 신설 계획이 확정된 이후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했다.
양주시 집값은 작년 말 GTX C노선 사업계획이 정부 민간투자사업심의위를 통과하면서 폭등하기 시작했다. 양주에는 GTX-C노선 덕정역이 들어선다.
남양주시도 작년 말 서울∼하남∼남양주를 잇는 도시철도 9호선 연장사업이 확정되면서 인근 지역 아파트값이 뛰기 시작했다. 남양주에는 GTX-B노선이 닿는다.
일각에서는 LH 직원의 경기 광명·시흥 지구 사전 투기 의혹처럼 철도 사업 담당 공무원이 미리 관련 정보를 접하고 투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경기도 한 지역에서 이같은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경기북부지역 한 지자체에서 도시철도 연장사업 업무를 담당했던 간부 공무원이 수십억원의 대출을 받아 철도 역사 예정지 인근 토지와 건물을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지자체에 따르면 시청 소속 간부 A씨는 지난해 9월 부인과 공동명의로 시 일대의 2600여㎡ 땅과 1층짜리 조립식 건물을 매입했다. 매입비용 40억원은 담보대출과 신용대출로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A 씨가 매입한 곳이 도시철도 연장 노선의 역사 예정지 인근이라는 점이다.
A씨는 2018년 말부터 2019년 말까지 해당 지자체에서 도시철도 연장사업 담당 부서의 간부로 근무하며 예비타당성 면제 등의 실무를 맡았다.
이에 업무를 담당하며 알게 된 사전 정보를 이용, 역사 인근 부동산을 매입한 것 아니냐는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A씨는 해당 지역에 철도역사가 생기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정보”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철도 사업 공무원의 투기 의혹에 따라 다른 지자체들도 철도 역사 인근 토지 매입과 관련한 전수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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