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매도 물량 이미 끝물…개인이 족족 받아내
다주택자 집 팔려고 해도 양도세 폭탄에 ‘버티기’
‘수요>공급’ 여전한 매도자우위 시장…집값 상승 지속
3개월 남은 시점에 유의미한 물량 나오기 힘들어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다주택자와 법인이 아파트를 매도하고, 이에 따라 공급이 늘어나 집값 하락이 온다고 믿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나요? 단 3개월이 남은 이 시점에서 유의미한 물량이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해선 안 됩니다.”(현직 공인중개사)
오는 6월1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작된다. 다주택자 양도세 최고세율(현재 65%)은 75%까지 상승한다. 법인에 대해서는 이미 새해부터 기본법인세율(10~25%)에 추가세율 20%가 붙고있다.
2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에서 법인이 매도한 아파트는 3만4543건으로, 지난해 12월(4만5610건)보다 24.2% 줄었다.
1월부터 법인 보유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율 중과가 시작됐는데, 세금 중과 직전인 지난해 말에 법인들이 이미 물량을 대량 던졌다는 뜻이다.
다만, 서울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1월 법인의 아파트 매도건수는 6776건으로 전달(3198건)의 두배로 치솟았다. 서울 아파트를 마지막까지 들고 있던 법인마저도 세금 부담에 못이겨 다 털어낸 것으로 보인다.
공인중개업계에선 다주택자 중에서도 팔 사람은 다 팔았다고 전한다. 통상 계약일에서 잔금일까지 2~3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6월 이전에 소유권을 이전하려면 이미 집을 내놨을 것이란 뜻이다.
하지만 법인과 다주택자가 집을 팔아도 집값은 요지부동이다. 1월 전국에서 법인이 던진 물량의 94.5%를 개인들이 다 받아냈는데도 하락의 시그널은 나타나지 않았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2월 마지막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4% 올라 지난주와 동일한 오름폭을 나타냈다. 일반 아파트가 0.13% 올랐고, 재건축 아파트는 0.22% 올라 전주대비 0.06% 포인트 더 상승했다. 경기도와 인천광역시는 0.15% 올랐다.
2·4 대책으로 시장 열기가 다소 수그러들었을 뿐, 가격하락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풍선효과가 발생해 강남권 재건축아파트와 신축 아파트 가격이 탄력을 받기까지 했다.
현재 수도권 아파트는 여전히 매도자 우위 시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기준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동향에 따르면 매매가격지수는 114.2로 수요우위가 나타났다.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낮으면 공급이 수요를 초과, 100보다 높으면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다는 뜻이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이 지수가 118.2까지 올랐다.
전문가들은 양도세 중과가 아니라, 완화 또는 한시적 유예가 재고주택의 공급을 늘릴 열쇠라고 입을 모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증여세 최고세율(50%)보다 다주택자 양도세 최고세율(현재 65%)이 더 높으니 구조적으로 양도(매도)를 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해서는 종부세와 양도세가 더 강화되더라도 다주택자들이 버티거나 증여를 택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정부가 약속한 신규 주택 물량은 아직까지 계획에 불과하다. 국토부는 지난 24일 경기도 광명·시흥시에 주택 7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분양이 2025년부터라 실제 공급되는 시점은 이보다도 더 이후가 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7만호 물량은 지금 나오는 공급량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일어나는 공급부족을 전혀 해결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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