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4·5구역 가보니
실거주 2년 의무 피해 안도하는 분위기
소유주들, 민간·50층·고급화 재건축 단지 원해
“평당 1억은 기정사실, 재건축되면 반포 누른다”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조합이 설립되고 가장 마음이 놓이는 것은 아무래도 실거주 2년을 확실하게 피했다는 것입니다. 이것 때문에 정말 마음고생 심했습니다. 당장 조합을 설립해야 되는데, 매도 생각이 있는 소유주들은 뭐가 그리 급하냐고 천천히 가자고 뜻이 나뉘었거든요. 앞으로 갈 길이 한참이지만 어찌됐든 시원합니다.”(압구정 4구역 소유주 A씨)
20일 정비업계와 강남구청에 따르면 압구정 4구역(현대8차, 한양 3·4·6차)은 지난 10일 압구정아파트지구 특별계획구역에서 처음으로 재건축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압구정5구역(한양1·2차)도 조만간 조합 설립 인가 여부가 나온다.
▷2년 실거주 피해…안심하고 전세 놓아=4구역 조합원들은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2년 실거주 요건에서 완전히 벗어난 점이 만족스럽다고 언급했다. 다시 전세를 놓는 집주인도 늘어나고 있다.
압구정4구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이 이제 마음놓고 전세를 주고 있다”며 “압구정은 재건축되려면 어차피 서울시에서 지구계획단위고시가 나야되니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그때까지 전세로 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4구역 내 한양3·4차는 1978년도, 한양6차는 1980년도, 현대8차 아파트는 1981년도에 준공됐다. 각 아파트의 연식이 반백년을 향해가는 중이다. 대형평수는 비교적 집주인의 자가 거주 비율이 높은 편이나, 소형평수로 갈수록 세입자가 많이 살고 있다.
조합설립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압구정 B공인 대표는 “새 아파트가 될 때까지 못 기다리고 팔고 나가려는 소유주도 당연히 있었다”라며 “이 사람들 중에 10년보유 5년이상 거주 요건을 못 채운 사람들은 조합설립을 미루자고 주장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일반적으로 재건축 아파트는 조합이 설립된 이후에 매수하면 입주권이 나오지 않는다. 단, 10년 보유 5년이상 거주, 1주택자인 조합원 매물에 한해서 새 소유주에게 승계된다.
B공인 대표는 “어떤 50대 소유주가 상담을 한 적이 있는데, 본인이 4개월만 더 살면 10년보유 5년 거주가 되는데, 지금 빚갚으랴 세금내랴 힘들다면서 팔아야 되냐며 고민하더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조합설립 이후에는 더 올라갈 수 있고, 4개월만 버티면 사줄 사람도 나타날테니 조금만 더 버티라고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대8차 전용 164㎡는 직전 최고가가 37억원(1월12일)인데, 나와있는 매물들의 호가는 41억원에 달한다.
▶“반포 누르고 최고 부촌 탈환할 것”= 한 조합원은 “향후 압구정 아파트가 신축으로 변모하면 평당 1억원은 우습게 찍는다”면서 “반포가 됐으면 전통 부촌인 압구정은 당연지사니 능력이 되는 한 어떻게든 들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시공사들이 창립총회 전후로 꾸준히 인사하러 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누가봐도 사업성 1위인 곳이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최근 정부가 2·4공급대책을 통해 제안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에 대해선 대체로 무관심한 투였다. 이곳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주민들이 가장 원하는 방안은 50층, 고급화 아파트 단지다. 절대적으로 민간재건축 의지가 강한데, 다만 분담금을 최대한 줄이도록 일반분양분을 많이 늘리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4구역 조합 관계자는 “어떤 이는 차라리 일대일 재건축을 택해 빨리 사업 진행하자고 하시는데, 상당수의 소유주에게 그건 부담이 너무 커서 그렇게 진행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 선거 결과가 압구정 재건축 사업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조합설립인가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5구역의 한 소유주는 “서울 시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압구정 재건축은 되냐, 안되냐가 갈릴 것”이라며 “지구단위계획확정고시가 나지 않으면 전 시장 때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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