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휴대폰 출고가가 110만원인데, 포장 안 뜯은 중고폰이 40만원대? 2년 약정도 필요 없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부가 철수 갈림길에 서면서, 스마트폰 제품의 중고 가격이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출고가를 낮추거나 공시지원금을 상향 조정하는 등 ‘눈물의 마지막 떨이’가 이어지면서, 중고 판매를 고민하던 기존 구매자들의 조급함도 커지는 모습이다.
3일 중고거래앱 당근마켓에는 포장을 뜯지 않은 미개봉 중고 LG윙 제품들이 40만원 후반대 가격으로 올라와 있다. 현재 LG윙의 출고가는 109만8900원. 통신사 2년 약정 상품에 가입할 시, 8만원 이상 요금제를 사용하면 최대 69만원(LG유플러스, 월 8만5000원)의 공시지원금이 지원돼 40만8900원에 기기를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통신비는 별도이기 때문에 2년간 월 부담은 9만8000원에 달한다. 월 6GB가 제공되는 중저가 요금제를 사용해도 월 부담은 약 8만원이다.
만약 100GB 이상의 데이터가 필요하지 않은 이용자가 미개봉 중고 LG윙을 구매해 사용한다면 월 부담은 얼마나 될까. 알뜰요금제 등을 활용하면 기기값(2년으로 나눠 계산)과 통신비를 합쳐 월 6만원 안팎 수준의 부담만 지면 된다.
LG윙의 중고 가격이 이처럼 가파르게 떨어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한 달 전만 해도 LG윙 미개봉 제품은 60만원 중반 가격에, 출시 직후인 지난해 10월에는 70만원 중반 가격에 거래됐다. 물론 그간 LG윙에 대한 통신사의 공시지원금이 빠르게 높아진 탓도 있다. 하지만 통신사 약정 부담이 없는 중고 기기거래에 공시지원금만큼의 가격할인이 적용되는 것은 드물다. 실제 최근 당근마켓에서는 갤럭시S20+ 미개봉 중고 제품이 이미 출시 이후 1년이 다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출고가의 70%가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 갤럭시S20+에 대한 공시지원금은 8만원대 요금제 기준 최대 70만원(LG유플러스)으로 오히려 LG윙에 대한 지원금보다 많다.
결국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을 가능성이 기존 구매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으로 이어져 중고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지난달 LG전자의 또다른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V50의 출고가가 기존 89만9800원에서 75만200원으로(17% 인하), V50 다음 제품인 V50S의 출고가가 99만9900원에서 84만7000원(15% 인하)으로 대폭 떨어진 것 역시 중고판매를 고민하고 있는 기존 이용자들을 자극하는 모습이다. V50과 V50S는 각각 2019년 상, 하반기에 출시된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제품의 실구매가 이미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지만, LG폰 철수 가능성까지 제기된 만큼 향후 가격 하락이 더 이어질 가능성도 커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