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전 공급대책 앞두고 오르는 집값
정부 연초부터 ‘공급’ 수차례 강조
“수요자 역시 단기간 내 공급 어렵다는 생각”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가 새해 들어 “혁신적인 공급대책”을 강조하며 각종 후속조치를 이어가고 있지만, 전국 아파트값 상승세는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약 9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고 서울의 상승률은 7·10대책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대책을 예고한 것 자체가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불안만 자극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4번의 대책을 통해 정부가 개입할수록 집값은 더 오른다는 ‘학습효과’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셋째 주(18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29% 올라 지난주(0.25%)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특히 수도권의 아파트값이 0.31% 올라 해당 통계 작성 이후 8년 8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부동산원은 수도권에서 교통망 및 주거환경 개선 기대감이 있는 지역 위주로 아파트값이 위로 ‘키 맞추기’를 하는 것으로 봤다. 최근 서울은 물론 지방까지 집값이 오르자,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고 여겨진 수도권 단지 역시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서울도 지난주 0.07%에서 이번 주 0.09%로 아파트값 상승폭이 커졌다. 지난해 7·10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인 7월 둘째 주(0.09%)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정비사업 진척 기대감이 곳곳에서 살아나면서 송파구(0.18%), 강남구(0.11%), 서초·양천·노원구(0.10%) 등 재건축 단지 위주의 강세가 뚜렷했다.
수도권에선 경기와 인천이 지난주 각각 0.36%에서 이번 주 0.42%, 0.40%로 각각 상승폭을 키웠다. 지방은 지난주 0.25%에서 이번 주 0.26%로 소폭 올랐다. 지난해 말 지방 주요 도시가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오름폭이 줄어드는 듯했으나 다시 오른 것이다.
지방에선 ‘똘똘한 한 채’를 매수하기 위해 서울 주요 지역을 찾고, 실수요자는 수도권에서 어떻게든 ‘내 집’을 마련해보려고 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전세난이 심화하며 이를 회피하려는 수요가 매매시장에 유입되기도 했다.
서울 외 거주자의 서울아파트 매입은 지난해 7월 3457건에서 10월 853건으로 3개월간 급감했다가 11월 166건, 12월 1831건으로 2개월 연속 늘었다. 지난해 서울 거주자의 아파트 매수가 가장 많았던 타지역은 경기(4만5959건), 인천(5451건) 등이었다. 지난해 서울 거주자의 경기권 아파트 매수건수는 8월(2910건) 저점을 찍은 뒤 꾸준히 늘어 12월 5622건에 달했다.
한동안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단언했던 정부가 정책 기조를 바꾼 것이 무색할 정도의 집값 상승이라는 평가가 이어진다. 정부가 개입할 때마다 집값이 더 올랐던 전례가 있기에, 대책을 기다리기보다는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심리가 작동하고 있다.
이춘란 오비스트 총괄본부장은 “정부가 공급부족을 단기간 내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수요자들이 더 잘 알고 있다”면서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올해 진행되지만 입주를 언제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고, 공공재개발 역시 주민 동의를 다 받아야만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정부 내부에서도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아파트 물량을 어떻게 빠르게 확보할 것 인지를 두고 고민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시장이 요구하는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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