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위원 “재건축 풀면 강남 맨해튼돼”
다주택자·임대사업자 내놓는 물량 많아질것
2·3월 이후 집값 하락 국면 온다
모든 정책 방향성이 ‘땅’ 투자에 유리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집은 가격이 떨어질 때 사는겁니다. 작년 3,4월에만 해도 강남에서 3억~4억원씩 빠지는데 그때는 다들 안 샀어요. 근데 왜 오를 때 난리일까요. 지금은 전문가들도 다 반대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하락론자로 알려진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위원은 지금은 집을 살 때가 아니라 땅을 살 때라고 조언한다. 이 위원은 “정부의 모든 정책 방향성이, 공급을 증가시키고, 토지를 개발한다 이런 식”이라며 “그러다보면 결국 공급이 한정돼 있는 땅은 값이 오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늦게라도 ‘영끌’해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무주택자에게는 시기가 아니라고 전한다. 이 위원은 “올해 2,3월부터 아파트 값이 하락하는 변곡점이 오기 시작할 것”이라며 “지금 빚내서 집을 살려고 하는 무주택자들은 가계빚이 최대치인 지금, 주의해야할 구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이미 가격이 최대치로 올랐기 때문이다.
“실수요는 가격이 오를수록 감소하고, 가격이 오를 때 증가하는 수요는 투자수요가 주를 이루는 데, 지금 대출규제와 취득세 등 각종 세제 강화로 인해 투자수요도 더 증가하기가 힘든 구조가 됐습니다.”
올해는 아파트 공급이 예년보다 증가할 것이라고도 진단했다.
이 위원이 말하는 ‘공급’은 분양시장의 신축아파트가 아니라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가 내놓는 기존주택 매물을 의미한다. 신축 아파트는 앞서 분양이 이뤄져 있기에 입주 시기 시장에 나오는 매물로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올해 아파트 공급량이 2020년보다 25% 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견해에 반대되는 시각이다.
이 위원은 “집값을 결정하는 공급은 사람들이 시중에 내놓는 매도물량”이라며 “올해부터 보유부담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때문에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 중심으로 집을 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주택자의 주택 매도는 새로 종부세가 부과되는 올 6월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봤다. 이 위원은 “이건 추세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6월 이후로도 계속 매물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6월까지도 안 팔 사람은 안 팔텐데, 직접 (오른)세금을 맞으면 생각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작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에 대거 등장한 ‘영끌’ 30대는 집을 안고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20년간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시기가 2007년~2008년 초반입니다. 이 때 지금과 똑같은 현상이 있었습니다. 그 뒤로 6~7년간 집값이 떨어졌죠. 항상 집값의 변곡점에 새로운 수요자들이 나타나서 거래량을 증가시킵니다. 2007년에도 서울에서 가장 집값이 많이 오른 동네가 노원구입니다. 작년에도 노원구였죠. 수요가 밀리고 밀려서 중저가 아파트를 살 때가 시장의 고점, 변곡점입니다. 이 집을 잡은 사람은 버텨야죠.”
이 위원은 “지금 가계빚이 최고치인데, 상환하는 입장에선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 조바심이 커지기 마련”이라며 “경제 전체적으로 주의해야할 구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한해 주택시장에 생길 가장 큰 변수로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꼽았다. 선거는 강남과 여의도 등의 재건축 이슈와 맞물려 민감하다.
이 위원은 이 지역 재건축을 풀어주면 집값 안정은 요원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강남 집값 상승이 공급부족 때문이니 재건축을 허가해라?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강남 아파트 많이 공급한다고 집값이 떨어질까요. 천만에요. 더 오릅니다. 맨해튼 되는 거죠.”
많은 사람들이 입지와 학군을 부동산을 보는 척도로 꼽는데, 그런면에서 강남은 언제나 주택 수요가 넘치는 곳이란 뜻이다. 그는 “언제나 새 집은 부족하고, 누구나 살고 싶은 집도 부족하다”며 또 “실거주는 언제나 존재하는 ‘상수’이고 금리가 낮아지고 유동성이 많아져서 생기는 ‘변수’는 투자 수요”라고 강조했다.
“직관적으로 생각하는 게 사실 본질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게 다 버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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