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원 이하 아파트 7월엔 5454가구…12월엔 2842가구뿐
서울 아파트 99%는 3억원 초과…오피스텔·빌라로 풍선효과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6개월만에 서울에서 1억·2억대 아파트 물량이 또 반토막 났다. 지난해 동월 대비로는 3분의 1 수준으로까지 쪼그라들었다.
28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달(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2억원 이하 가구는 2842가구로, 지난 7월(24일 기준) 5454가구의 2분의 1로 줄어들었다.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월 0.44%에서 12월 0.22%로 반감했다. 이대로 가면 6개월 뒤에는 완전히 자취를 감출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2억원 초과~3억원 이하 아파트도 7월에는 3만556가구가 존재했지만 12월 현재는 1만7663가구뿐이다. 역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4%에서 1.37%로 축소됐다. 바꿔말하면 서울 아파트의 약 99%는 3억원 이상이라는 말이다.
현재 서울은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시가 9억원 이하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 9억원을 넘는 금액에 대해선 LTV 20%가 적용된다. 즉,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최소한 구매하려는 집 금액의 절반을 현금으로 지녀야 한다.
이런 조건 하에서 근로소득으로 1~2억원을 모은 직장인이 있다고 가정했을때, 부모의 증여와 신용대출 없이 주택담보대출만으로 구입할 수 있는 주택 금액 한도는 2억~3억원대에 그친다.
대출을 막아 가용할 수 있는 금액은 줄어들었는데, 3억원 아래 저가 아파트는 갈수록 자취를 감추고 있다. 서울에서 대기업에 다니는 A씨(31)는 “내년에도 계속 집값이 오른다는데 신용대출마저 죄어버려 손발이 묶였다”며 “정부가 내게 마지막 남은 사다리마저 걷어찼다”고 말했다. 그는 “한 번 오른 집값이 쉽사리 떨어질 것 같지가 않아보인다”며 “이대로 영원히 무주택자로 살까봐 겁난다”고도 덧붙였다.
28일 발표된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12월도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4299만원으로 조사됐다. 강북(14개구)은 8억1660만원, 강남(11개구)은 12억4198만원으로 나타났다. 또, 서울 평균 전세가격은 5억7582만원이며 강북이 4억6335만원, 강남이 6억7466만원으로 집계됐다.
실수요자들은 결국 아파트 외의 주거용 오피스텔과 빌라(다세대·연립주택)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오피스텔은 70%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자금조달계획서 증빙자료 제출도 제외된다. 상가정보연구소가 국토교통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1월 전국 오피스텔 매매 거래량은 4054건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동월 3747건 대비 307건(약 8.2%) 증가한 수치다.
정부는 6·17대책을 통해 규제지역의 3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해 전세자금 대출을 제한했지만, 다세대·연립주택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빌라는 여전히 전세 대출을 통해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가 가능한 셈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서울 빌라 매매는 1∼5월 5000건을 밑돌다가 20∼30세대의 ‘패닉바잉’(공황구매)이 거셌던 7월 7287건으로 2008년 4월(7686건) 이후 12년 3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8월 4219건, 9월 4012건, 10월 4590건, 11월 4131건을 기록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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