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는 집값 안 올랐는데 왜 대출규제 받나요?”
지방 광역시 내 일부 주민들 ‘조정해제 해달라’ 요구
핀셋규제 법안 통과됐지만 실제 효과 있을지 의문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대구는 수성구·달서구·중구 등 일부지역만 투기가 성행하지 나머지 지역은 큰 변동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동구는 미분양관리지역이었는데 하루아침에 조정지역이 되는 웃기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부산시 사하구는 집값 오른다 오른다해도 정말 딴나라 얘기처럼 듣고 사는 지역입니다. 제가 사는 곳은 10년이 넘도록 분양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84㎡ 기준 2억대를 전전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구로 이사가는 것은 마음을 접었고, 같은 지역 내에서 이사갈 집을 매수해놓은 상태였는데 갑작스런 조정지역 발표로 원래 집을 못 팔게 생겼습니다.
#해운대구 좌동 조정지역 해제 부탁드립니다. 우동·중동과는 달리 좌동은 오래된 아파트들이 많은 서민주거지역입니다. 함께 묶여 조정지역이 되는것은 너무 부당합니다. (국토부 여론광장 내 민원들)
25일 국토부 여론광장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규제지역을 확대 지정하자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 주민들이 같은 시군구 단위라는 이유로 규제지역으로 묶여 불필요한 규제를 받게 됐다는 반발을 쏟아내고 있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9억원 이하 구간은 50%, 9억원 초과분은 30%로 제한되는 등 각종 규제를 받게 되고, 주택을 구입하면 자금조달계획서를 내고 어떤 돈으로 집을 사는지 밝혀야 한다.
조정대상지역은 3개월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하는 등 정량요건을 충족한 지역 중 여러 상황을 종합해 과열로 판단된 곳을 선정한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은 전국에 111곳이며, 전국 17개 시·도 기준으로 조정대상지역이 없는 곳은 강원도와 제주도 2곳 뿐이다.
하지만 일부 지역 시민들은 단순히 이 조건에 해당된다고 규제지역으로 지정한다면 현실을 모르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나선다.
부산 영도구에 사는 A씨는 “1억원짜리 집이 급등해서 20~40% 올랐다”며 “1억 하던 게 1억2000만~1억4000만원씩 하는 것 뿐인데, 국토부에서 장려하겠다는 임대주택 가격보다도 못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영도를 해운대구·수영구랑 똑같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느냐. 그곳들은 10% 오르면 1억이 오르는 것인데,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런 문제점을 반영해 정부가 부동산 규제지역을 읍·면·동 단위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속칭 ‘핀셋규제’ 법안이다.
개정된 법은 기존에 시·군·구 단위로 지정하고 있는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을 읍·면·동 단위로 지정하고, 조정대상지역은 매 반기마다 지정해제 여부를 검토할 수 있게 했다. 같은 시·군에 속해 있으면서 읍면동 단위별로 주택가격 상승률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 ‘핀셋 방식’ 지정·해제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뒷북 정책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미 전국이 오를대로 오른 상태에서 오히려 핀셋규제가 읍면동 단위로 풍선효과를 더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세분화해 규제하겠다는 취지는 좋으나 정부 규제에 대한 내성이 생긴 현 시장 상황에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크다”면서 “국토부에 규제지역 관련 업무 인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도로 하나 두고 동네가 갈리는 지역을 세부적으로 뜯어보고 규제하거나 혹은 제외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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