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인권위 권고도 불수용

현장업무·순환보직 어려움 탓

현행법상 강제이행 방안 없어

인권위, 언론공표 외 개선방안 고심

경찰 로고. [헤럴드경제DB]
경찰 로고.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중도 이상 색각이상자(색맹·색약)에 대한 경찰 채용을 확대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또 다시 거부됐다. 현장 업무에 투입되거나 순환 보직 체계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중도 이상 색각이상자 채용을 놓고 경찰청과 인권위의 판단이 엇갈린 것은 벌써 4번째다.

“평등권 침해” vs “현장업무·순환보직 부적합”…12년째 도돌이표

26일 경찰청, 인권위 등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 7월 경찰공무원 채용시험에서 중도 이상 색각이상자들의 응시 기회가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개선안을 권고했으나 경찰청은 ‘불수용’ 입장을 고수했다.

색각은 빛의 파장을 느껴 색채를 식별하는 주관적 감각으로, 망막 내 적·녹·청색 원뿔세포 기능의 이상으로 색채를 구별하지 못하는 증상을 색각이상이라고 한다. 경찰은 채용시험 신체검사에서 약도 색신이상을 제외한 색각이상자는 채용에서 배제한다는 평가 기준을 경찰공무원 임용령 시행규칙에 규정하고 있다.

진정인들은 “중도 이상의 색각이상자에 대해 경찰공무원 채용 기회를 전면 배제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 행위”라고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역시 “경찰청이 경찰 업무 중 색각이 필요한 업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단순히 약도·중도·강도의 의학적 기준에 따라 채용을 일률 제한하고 있어 경찰 업무별 색각과 상관관계에 대한 객관적·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그러나 경찰청은 “색각이상자는 범인 추적, 총기 사용 등 현장 경찰 업무 수행에 지장이 있고 여러 분야 근무를 담당하는 순환 보직에 적합하지 않아 중·강도 색각이상자에 대한 응시 제한은 불가피하다”는 취지로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이 이 같은 이유로 인권위의 개선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2009년 이후 벌써 네 번째다.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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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공무원도 중도 이상 일부 허용…인권위, 개선방안 고심

인권위는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하는 경찰의 역할을 고려할 때 일부 타당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경찰과 유사한 업무를 하는 소방공무원도 적색약을 제외한 중도 이상의 녹색약·청색약 색각이상자에 대해 채용 제한을 하지 않고 있다”며 경찰청이 업무별로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같은 내용으로 추가 진정이 들어올 가능성이 큰 만큼, 향후 경찰이 권고를 수용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상 권고 이행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고민이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일부 인권위원의 경우, 경찰청이 일반 행정 업무에 대해서는 중도 이상 색각이상자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많이 개선됐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 관계자는 “현행법상 언론 공표 외에는 강제로 권고를 따르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법 개정 등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