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대표 암호자산인 비트코인의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2만달러를 돌파했다. 투기 광풍 우려는 아직 남아있지만 ‘디파이(DeFi·금융의 탈중앙화)’ 추세 속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매입이 경쟁적으로 이뤄지며 자산시장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막대한 달러가 풀린 상황에서도 주춤한 금을 대신해 인플레이션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5.4% 급등한 2만501달러에 거래됐다. 앞서 이날 고점을 2만789.58달러로 높이기도 했다. 마켓워치는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과 다른 가상화폐에 관심을 가지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풀이했다.
제임스 사이먼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회장은 지난 3월부터 투자를 시작했고, 스탠리 드러켄밀러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헤지펀드 거물들이 비트코인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디지털 자산만 전담해 취급하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미국의 신생 자산운용사인 그레이스케일은 비트코인 등 디지털 자산 전문 투자서비스를 제공, 암호화폐 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비트코인이 금을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는 자산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엔 글로벌 간편결제서비스사인 페이팔이 블록체인 기술기반의 암호화폐 서비스 사업 진출 소식이 더해지면서 가격을 키웠고, JP모건 등 몇몇 투자은행(IB)들의 긍정적인 시각도 힘을 보탰다. 씨티은행은 내년말 비트코인 가격이 31만8000만달러까지 치솟을 거란 전망도 내놓은 상태다.
중국 인민은행이 세계 최초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앞둔 상태에서 투자자들이 화폐의 디지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직 암호화폐가 법정화폐에 도전장을 내민 단계라고 볼 순 없지만, CBDC 도입시 사실상 돈의 이동 전부가 관측 가능해진단 점에서 이를 회피하기 위한 수요가 암호화폐로 몰려들 것이란 전망이다.
비트코인은 올해 들어 비트코인은 180% 이상 상승했다. 경쟁 대상 자산 가운데 하나인 금은 같은 기간 22%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