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공급 주요 원인 입주물량 줄어
전셋값 증가와 그에 따른 매맷값 증가도 불보듯 뻔해
정부 공공의 역할과 민간의 역할 균형 잡아야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 서울 양재동으로 출퇴근하는 50대 이 모씨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에 전세를 살고 있다. 최근 집주인이 실거주를 통보해 이사를 알아보던 이 씨는, 기존 보증금(4억5000만원)의 배가 넘는 10억원을 줘야 같은 단지에 아파트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결국 출퇴근은 불편하지만 세를 주고 있던 경기도 용인 아파트로 들어가기로 했다. 이 씨가 들어가면 이 아파트에 세 들어살던 신혼부부도 이사를 가야 한다. 이 씨는 “전세난의 당사자가 될 줄은 몰랐다”면서 “각종 실거주 규제로 매매와 전세가 뒤엉켜 (세입자들이) 도미노로 살 집을 찾아 이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7월말 새 임대차법 시행과 24번에 걸친 규제가 켜켜이 쌓이면서 시장에 미친 각종 영향이, 매매 및 전세 가격을 끌어올렸다. 문제는 내년과 내후년에 이 같은 상황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3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은 2만5520가구다. 올해 입주물량 5만 289가구의 절반으로 떨어진다. 내후년에는 1만7000가구로 10년래 가장 입주 물량이 적을 것으로 추산된다.
입주물량은 전세시장의 주요 공급처 중 하나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내년 서울 입주 물량은 올해의 반토막 수준으로, 전세난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면서 “전세 시장을 안정화시키려면 매매 시장에서 매물이 나와 자연스럽게 값이 떨어져야 하는데 규제로 묶어놨기 때문에 답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전셋값이 오르면 매맷값 상승도 자연스레 이어진다. KB국민은행의 11월 월간주택동향에서 서울 아파트는 전월대비 1.54% 올랐다. 10월 0.74%로 떨어진 지 한달만에 1%대 상승을 보인 것은 전셋값 상승폭이 1.36%(10월)에서 2.77%(11월)로 확대되면서 매맷값도 밀어올렸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말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6일 시장의 공급부족 지적에 대해 해명자료를 내고, 서울에서 2021년과 2022년 연평균 3만7000호의 아파트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 밝혔다. 민간은 앞으로 2년 간 4만2000여가구의 아파트 입주가 이뤄질 것으로 이야기하는데, 정부가 밝힌 공급량은 그보다 3만여호 이상 더 많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과 정부 추산 입주 물량의 차이가 발생하는 요인은 정부는 나홀로 아파트나 일부 빌라 등 법적으로 아파트로 분류된 주택을 모두 포함시키기 때문”이라며 “다만 해당주택은 시장의 주요 관심 상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전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아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유효 입주량은 (정부 발표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산연에 따르면 10월 기준 전년 대비 전셋값 상승은 300세대 미만(7.31%) 대비 1500세대 이상 대단지 아파트의 상승률이 10.43%로 더 높았다. 수요자는 대단지 신축을 원한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수요자가 원하는 바를 읽어야 할 뿐만 아니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 교수는 “전월세상한제를 시행하는 국가들도 신규주택은 배제하는 등 규제가 모든 주택에 일괄적으로 적용되게 하진 않는다”면서 “정부가 규제에 속도를 내면서 오히려 부작용을 단기에 키웠다”고 말했다.
공공 재개발 같은 실효성 있는 정비사업을 조속히 추진하며 시장에 공급확대 시그널을 주는 한편, 공공의 직접 공급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검토해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허윤경 연구위원은 “중산층 임대주택은 이미 민간에서 저리 전세대출을 통해 임대료를 지원하거나, 기업형 임대주택 공급을 촉진하는 공공지원 민간 임대주택 정책이 존재한다”면서 “공공을 통한 공급은 주거부문 예산의 확대로 정책 추진 동력이 미약해지고 공공의 재정적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yjsu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