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입증 어려워 처벌건수가 많지 않고 中企 경영자만 처벌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노동자가 3명 이상 사망하는 중대 산재사고와 가습기살균제 사태와 같은 사회적 재해가 발생할 경우 관련 기업의 최고경영자까지 형사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실제로 이법을 도입한 나라는 영국 등 3개국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을 발의한 가운데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우호적인 입장에서 논의에 참여할 의향을 내비치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처리가 가시권안에 들어오고 있다. 중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최고경영자는 처벌받지 않고 현장소장 등 말단 관리자만 처벌받는다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법 제정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상황이다.
하지만 3인 이상 사망사고 발생 시 모두 처벌을 강화하자는 발상은 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도입해 국가 전체 차원에서 운영하는 나라는 영국 하나뿐이고, 캐나다 온타리오주와 호주 캐피털시티 일부 지역에만 도입돼 있는 실정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이처럼 극히 일부 국가나 지역에서만 도입된 것은 처벌의 실효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안전사고는 일반적으로 사고 이전에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책임소재가 매우 복잡하다. 법인에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최고경영자를 처벌하려면 ‘안전투자 반대’나 ‘작업강행 지시’ 등 안전투자 불이행을 명백히 입증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때문에 이 제도를 도입한 영국에서도 처벌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클 수록 최고경영자가 교체되는 등 변수가 많아 입증이 더 어렵게 돼 결국은 처벌 건수가 많지도 않고 중소기업만 처벌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법 감정에 편승해 무작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도입하기 보다는 산안법 등 기존의 안전관련법과의 충돌이나 조화문제, 책임자 및 중대재해 범위, 예방책임과 중대재해 결과사이의 인과관계 입증이나 반증 기준 등 세부적이고 기술적인 사항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좀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중대재해기업처법법 제정안은 중대재해를 저지른 경영책임자와 법인에 대해 징역 또는 징벌적 벌금형을 내리도록 하되, 하한선을 두기로 했다. 징벌적 벌금은 전년도 연 매출액 또는 수입액의 10분의 1 범위 내에서 책정하도록 했다. 다만 50인 미만 사업체에 대해선 적용을 유예키로 했다. 정의당안은 사고가 많은 50인 미만 사업체에 대한 법 적용 유예에 반대하고 있어 쟁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