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고민 정부 뜻대로 ‘6억’
민심 급한 여당 ‘10억’ 유지
집값 폭등 책임 국민에 돌려
주식양도세 ‘향후’ 사족 달아
오락가락했던 주택 재산세 감면과 주식 양도세 대주주 요건 기준이 각각 6억원과 10억원으로 가닥이 잡혔다. 구멍난 세수에 강력한 증세 정책을 고집하던 정부와 내년 재보선 민심을 의식한 여당이 갈등 끝에 하나씩 주고받은 셈이다.
3일 여권에 따르면 당정은 1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재산세 완화 기준을 공시지가 6억원으로 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동안 여당은 9억원을 고집했었다. 공시지가의 시가 반영률은 2030년까지 80%로 끌어올리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준은 정부 원안대로 하되, 공시지가의 시가 반영률은 애초 정부가 설정한 90%에서 10%포인트 낮추는 것으로 보완한다는 것이다. 다만 국토교통부는 이날 “공시지가의 목표 현실화율, 목표 도달기간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까지 확정된 바가 없다”고 했다.
당정은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은 여당안인 ‘10억원 현행 유지’로 방향을 잡았다. 정부는 그동안 3억원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주장했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부동산 중과세를 통해 투기 수요를 억제한다는 측면에서 재산세경감 기준 6억원이라는 정부 원안을 유지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대신 주식 양도세 관련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현행 유지하면서 서로가 반보씩 양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당정의 결정은 주택 재산세와 관련해선 현 정부 들어 집값이 폭등한 정책 실패 책임을 일반 국민들에게 돌렸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방과 서울의 중저가 주택에 대한 기준이 다른 것도 이번 논란의 본질”이라며 “9억원으로 상향하면 지방 재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집값 폭등과 공시지가 시가 반영률 인상으로 1주택자의 세금 부담도 크게 늘었지만, 늘어난 재정적자를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는 말이다.
부동산 증세가 가져올 수 있는 전월세 가격 상승 압박에 대한 뚜렷한 조치는 아직 없다. 민주당 관계자는 “아파트 매매는 조정 국면이 확실하다”고 주장하며 “전세시장도 큰 틀에서 안정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만 말했다.
주식양도세 부과 대주주 요건은 당의 입장이 관철됐다. 일반 국민들의 재산 형성 수단이던 부동산이 가격 폭등과 정부의 중과세로 꽉 막힌 상황에서 유일하게 남은 주식마저 건드릴 경우 불보듯 뻔한 민심 이반 현상을 우려한 결과다.
하지만 이마저도 ‘미 대선 이후 시장 상황 변화’라는 사족을 달았다. 주식 시장 상황이 좋아진다면, 정책은 다시 증세 강화 쪽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여권 관계자는 “2023년까지 현행 10억원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가닥은 잡았지만 시장 상황을 좀 더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국 대선을 보고 확정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결론도 바뀔 수도 있다”고 전했다. 최정호·양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