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세대책, 매매시장 자극않는 처방 고심 중
지분적립형·중형임대 공급은 2~3년 걸려
공공임대 공급 일정 앞당기는 방안 검토
임대차법 3개월…서울 아파트 전셋값 3750만원↑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국적으로 전세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준비 중인 전세대책이 여전히 안갯속 형국이다.
정부가 지금까지 추진해온 부동산 매매시장 안정화 정책과 충돌할 여지가 있어, 마땅한 전세 대책을 찾지 못해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임대주택 공급을 당장 늘리기 어려운 데다 월세 세액공제 확대는 세입자 부담을 약간 줄여 주는 정도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2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가 현재 전세난을 해결할 대응책을 모색 중인 가운데 이번 주에도 전세 대책 발표가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번 주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수요일에 열리는 부동산 시장 관계장관회의도 잡혀 있지 않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 공급량을 빠르게 늘리는 등 당장의 전세난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단기 대응책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0년간 펼쳤던 전세대책을 모두 책상에 올려놓고 검토했지만, 현재 상황에선 적절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과거 10년간 대책을 다 검토해도 뾰족한 단기 대책이 별로 없다”고 토로했다.
공공 분양 물량을 임대로 전환해 공급하는 방안은 전세대책으로 부적절하다는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분양 물량이 전세 물량으로 전환될 경우 매매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점에서다.
공공임대 주택 공급 일정을 1~2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앞당길 수 있는 물량이 제한적이다.
중형 공공임대와 지분적립형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은 주택을 새로 건축해야 하는 만큼 빨라도 2~3년의 시간이 필요해 당장 전세난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은 아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국정감사 과정에서 제시했던 월세 소득공제 확대 방안의 경우 재정당국이 진지하게 검토하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1인당 월세 세액공제 금액은 평균 30만원 안팎이다. 극단적으로 세액공제 규모를 2배로 늘린다고 하더라도 당장의 전세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표준임대료 등 시장에 다시 한번 개입하는 방안 역시 현재로선 검토하지 않는 방안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세 물량 확대를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진형(경인여대 교수)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혜택 축소 등으로 전세 공급량이 급감해 지금의 전세난이 발생했다”면서 “임대주택의 94%는 민간에서 나오기 때문에 임대 사업자에게 인센티브를 줘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말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3개월 동안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3750만원 넘게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2일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3677만원으로, 조사 이후 처음 5억원을 넘겼던 8월(5억1011만원)과 비교해 3756만원(7.5%)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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