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강서 등 전세보증금 9억원 넘자
노도강금관구 등 아파트값 올라
중저가 밀집지역 매매가 상승 이어갈 가능성 높아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70주 연속 상승하면서, ‘차라리 전세보증금에 돈을 보태 집을 사자’는 수요가 중저가 아파트 매맷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 인기 면적인 59~84㎡(이하 전용면적) 등은 웬만한 역세권이면 고가주택 가격선인 9억원을 넘기는 등 상승세가 가파르다. 강남권에서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지난달부터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른바 노·도·강·금·관·구(노원, 도봉, 강북, 금천, 관악, 구로) 등 중저가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알려진 곳에선 수급 불균형에 따른 매매와 전세 동반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마래푸 59㎡ 전셋값 9억원…“차라리 사자”
전문가들은 전셋값 상승이 나타나면, 서울 중저가 아파트 매매시장이 차별화될 것이라고 밝혀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 매물을 찾으려고 해도 없고, 그나마 1억~3억원씩 오른값이라면 전세 회피 수요가 중저가 아파트 매수 수요로 전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전세는 매물도 없고, 값도 올랐다. 직주근접지라 꼽히는 주요 지역 아파트는 전셋값이 9억원 고가 주택 기준선까지 올라 계약서를 쓰고 있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는 이달 9일 전세보증금 9억5000만원에 계약서를 썼는데, 현재 시장에 나온 전세 매물은 그보다 면적이 작은 59㎡ 호가가 9억원이다.
서대문구 대장주 DMC 파크뷰자이도 84㎡ 전세매물이 8억5000만원 전후로 나와있다. 한 달 전 계약된 값은 7억2000만원이었다.
강서구 마곡엠밸리 1단지도 올 들어 전셋값이 3억원 이상 올랐다. 이달 24일 3층 84㎡가 전세보증금 8억원에 계약을 맺었는데, 지난해 12월 4층 같은 면적 전셋값은 4억4000만원이었다.
10년된 강북구 전용 84㎡도 10억원대 신고가
전셋값이 1억원씩 오르는 단지가 속출하다보니, 해당 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외곽 아파트 매매값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
1988년 입주한 도봉구 창동의 주공19단지 아파트 90㎡는 지난 15일 9억3500만원에 거래됐다. 신고가다. 현재 호가는 9억5000만원에 불린다. 이 아파트는 1년 전만해도 7억원대에 팔렸고, 연초엔 8억원에 거래됐다. 반년마다 1억원씩 오르는 셈이다.
10년 전 입주한 강북구 미아동 송천센트레빌 84㎡도 이달 9일 처음으로 10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인 7월 거래가(9억7000만원)보다 8500만원이나 뛰었다. 전년 동기(8억7000만원) 보다는 2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이 같은 현상은 아파트 매매 거래 감소 속 나타난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중저가 아파트는 관망세도 비껴 가는 것이다. 시장의 전반적 흐름과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6월(1만5603건), 7월(1만640건), 8월(4986건), 9월(3740건), 10월(1974건)으로 크게 줄었다.
강북지역 대단지 새 아파트 오름세는 아예 주택담보대출금지선까지 올랐다. 지난해 입주한 래미안길음센터피스는 20일 84㎡가 14억7000만원 역대 최고가에 팔렸다. 현재 가격서 3000만원 이상 오르면, 주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부장은 “강남이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주요지역의 가격 상승으로부터 소외 받고, 구입자금 대출이 비교적 수월한 데다가 세금이 많지 않은 강북권과, 금·관·구 등 서울 외곽지역이 내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며 “서울 강남 등 핵심지는 재건축이나 고가 아파트가 많은데 보유세 부담 등으로 당분간 시장을 주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yjsu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