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 설계사에 자동안내

“불완전 판매 예방” 해명

보험사 계약거부는 합법

소비자권익 침해 가능성

A생명보험사가 GA에 보낸 공문 일부.
A생명보험사가 GA에 보낸 공문 일부.

“이 고객 2년 이내 불만 제기 있습니다~”

생명보험사 ABL은 최근 제휴 보험대리점(GA)들에 신계약 청약 시 민원을 제기했던 고객에 안내를 시행했다. 보험민원이 전체 금융민원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불완전판매를 줄여보려는 일종의 고육지책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민원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보험을 거절하는 것이어서 소비자 권익을 침해 가능성이 제기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ABL은 ‘신계약 청약 시 민원발생 고객 안내를 시행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제휴 GA에 보냈다. 적용기준은 신계약 입력일 기준 2년 이내 민원발생 계약자(피보험자 제외)로, ‘수용’, ‘합의’ 처리된 계약건이다.

공문은 민원 발생 설계사와 신계약 모집설계사가 동일할 경우 청약 단계에서 화면에 자동으로 팝업 노출을 한다고 안내했다. 회사가 불완전판매를 인정한 건만 따로 발라내 경고하는 것이다. 불완전판매 민원을 제기한 고객은 보험 청약을 거부 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ABL 관계자는 “안내문을 보내기 전에 법률자문을 거쳐 불법 여부를 확인했다. 불완전판매를 청약 단계부터 막기 위한 방안이다”면서 “또다시 불완전판매가 발생해 영업에 지장 없도록 주의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대부분 민원인 이력을 관리한다. 고객 상담을 위해 민원 이력을 제공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민원을 접수할 때 소비자들은 개인신용정보 동의서에 ‘모집인이 볼 수 있다’는 내용을 체크하게 돼 있다. 이 동의가 사실상 블랙리스트 공개 근거인 셈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업무 편의상 민원 발생시 처리과정이나 결과 등의 이력을 입력하는 시스템은 있지만, 개인정보 관련 이슈가 될 수 있어 청약시 민원 이력자를 따로 노출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불법도 아니다. 현행 보험업법에서는 민원제기를 이유로 청약을 거절해도 문제가 없다. 청약 승낙은 전적으로 회사 권한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장애인 가입을 거부하는 행위만 불법이다.

금융감독원은 뒤늦게 사안을 파악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제공동의를 받은 것인지, 어느 범위까지 제공했는지 등 해당 건에 대해 사실관계를 파악중”이라면서 “청약 거부는 회사가 결정할 일이지만 민원인 차별이나 소비자 보호 권익 침해 사실 등이 있는지 정밀하게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생명보험 민원은 1만873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9%(902건) 늘었고, 이 가운데 보험모집이 53.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한희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