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생활이 힘드니까 도망쳤다가 어쩌다 다시 붙잡혀 들어왔더란 말입니다. 그 사람 그날 총살됐어요.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교화생들에게 대열 맞춰서 죽은 걸 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반영문이라는 걸 쓰게 했습니다.”
“보위부에서 들어갔을 때는 알몸조사를 받았습니다. 여자 보위원이 옷 다 벗기고 돌아서라 하고 앉으라 하고 자궁에 돈을 훔쳐오지 않았나 조사했습니다.”
비영리 민간단체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16일 공개한 ‘2020 북한인권백서’에 실린 북한의 공개처형과 보안기관 조사 실태와 관련한 북한이탈주민의 생생한 증언이다. 고문과 만행, 열악한 노동환경, 불법 구금 등 세계 최악 수준의 북한 인권 실태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북한의 심각한 인권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주무부처인 통일부가 사실상 북한 인권 문제를 방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통일부는 올해 남북관계발전 시행계획에서 북한 주민의 실질적 인권개선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성과는커녕 시도마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최근 통일부가 민간단체 활동을 발목 잡는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NKDB에 따르면 통일부는 20여년 동안 진행해온 북한 인권실태조사를 지난 3월 갑자기 중단시켰다. NKDB는 1999년부터 하나원 입소 탈북민을 상대로 북한 인권 실태를 조사해왔는데, 올해는 통일부가 조사 규모 축소를 요구했고 NKDB가 이를 뒤늦게 수용하겠다고 하자 다시 기간 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사를 중단시켰다. 국내 유일의 민간 북한인권백서 발행이 중단될 처지에 놓인 셈이다. 특히 NKDB 측은 통일부가 확인되지 않은 계약 기간을 들어 책임을 전가한다면서 국회에서 논란이 되자 고육지책으로 만들어낸 사후핑계라며 반발하고 있다. 믿고 싶지 않지만 NKDB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통일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방역조치가 강화되면서 뒤로 미뤘던 북한인권 탈북민단체에 대한 사무검사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이던 지난주 재개해 논란을 자초했다. 남북대화와 협력에 치중하는 현 정부가 북한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권 문제에 있어서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그러나 통일부가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대로 인권은 인류 보편의 가치다. 보편성을 간과하고 특수성만을 추구할 때 초래될 후과는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북한 인권 문제 방치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 정책에 대한 ‘저자세’ 비판 초래는 물론 국민적 합의 조성에도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 인권 개선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92번에 명시 된 내용이기도 하다. 최소한 통일부는 북한 인권 문제를 방치한다는 인상을 심어줘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