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에 대한 평가가 해외와 국내에서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있다. 해외에서는 한국의 탄탄한 대외건전성과 재정건전성, 코로나19의 성공적 방역에 기초한 거시경제 운용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소상공인과 자영업 등 도탄에 빠진 민생과 최악의 청년 고용 실태, 실체가 모호한 혁신성장과 한국판 뉴딜 등 정부정책 방향에 대한 비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해외에서의 긍정적 평가는 잇달아 개가를 올리고 있는 외평채와 한국물의 성공적 발행에서 확인된다. 이달 9일에는 정부가, 15일에는 수출입은행이 각각 15억달러의 해외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모두 예상을 뛰어넘는 투자자금이 몰려 사상 최저금리로, 유로채는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됐다.

이는 해외의 풍부한 유동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사상 최대 외환보유고 등 우수한 대외건전성과 국내총생산(GDP)의 40%대 중반으로 선진국의 절반도 안 되는 국가채무비율 등 양호한 재정건전성도 긍정적 평가요인이다. 거시경제 측면에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올해 가장 양호한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기에 주목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시선을 내부로 돌려보면 온통 아우성 일색이다.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대기 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기업은 기업대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은 그들대로, 가계는 가계대로, 청년층은 청년층대로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경제가 ‘폭망’했다며,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재정과 관련해서도 해외에선 한국의 재정 확대 여력이 충분하다며 지출 확대를 권고하는 반면, 국내에선 지금처럼 쓰다가는 머지않아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며 정부를 질타하고 있다.

이런 차이는 해외에선 주로 거시지표에 주목하는 반면, 국내에선 구체적인 민생 실태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해외자본의 최대 관심사는 자본이득의 극대화일 뿐, 민생엔 큰 관심이 없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이런 양극단에서 어떤 입장이나 관점을 취해야 하느냐에 있다. 중요한 것은 실체적인 민생이며, 해외자본의 평가를 균형 있게 바라보는 냉철한 현실인식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해외자본의 평가는 물 위의 기름처럼 매우 유동적이다. 한국은 그것을 외환위기 당시 뼈저리게 경험했다.

1997년 후반 외환위기 직전까지만 해도 해외에선 한국 등 아시아 ‘네 마리 용’의 경제 성과를 찬양하는 데 바빴다. 재벌 구조가 장기적인 투자계획의 수립이나 사업다각화를 통한 위험 분산에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외환위기의 광풍이 몰아치자 태도가 돌변했다. 만연한 부정부패와 정경유착, 재벌의 취약한 재무구조를 들추어내는 데 바빴다. 한국에선 대차대조표보다 한 라운딩의 골프가 투자를 결정한다며 정실자본주의가 만연해 있다고 비꼬았다. 그 결과는 치욕적인 구제금융이었다.

살아 움직이는 경제를 평가하는 데 ‘정답’이란 없다. 음양이 공존한다. 중요한 것은 주체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다. 특히 해외의 긍정적인 평가의 달콤함에 빠질 경우 극히 위험하다. 우리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외부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냉철함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