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합의체 선고 “법외노조 통보제도 법적 근거 없어…노동3권 제약”
“87년 법률 삭제된 '노조 해산 제도'를 5개월 만에 행정명령 부활”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박근혜정부 시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노동조합 지위를 박탈한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실상 노조해산이나 다름없는 법외노조 통보를 법률에 근거 없이 시행령으로 정한 것은 위헌이라는 판단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3일 오후 전교조 법외노조통보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소송이 처음 시작된지 7년, 대법원이 사건을 맡은지 4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재판부는 “법외노조 통보는 결격사유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어서 노동3권을 본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라며 “노조법 시행령상 법외노조 통보는 사실상 노조해산과 다름없다”고 판단했다.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은 헌법재판소에 있지만, 명령이나 규칙이 위헌인지 여부는 대법원이 가릴 수 있다. 이날 대법원에서 노조법 시행령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하면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시행령 조항은 효력을 잃게 됐다.
재판부는 "구 노동조합법은 행정관청이 노동위원회 의결을 얻어 위법사항이 있는 노동조합을 해산시킬 수 있는 '노조 해산 명령 제도'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적법하게 설립돼 활동중인 노조를 행정관청이 임의로 해산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근로자의 단결권과 노조 자주성을 침해한단 이유로 1987년 11월 폐지됐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불과 5개월 만인 1988년 4월 노조법 시행령에 '법외노조 통보제도'가 새로이 도입됐고, 이 제도가 현재까지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법외노조 통보 제도는 노조 해산 명령과 동일하고 오히려 노동위원회 의결 절차를 두지 않아 행정관청의 자의가 개입될 여지가 커졌다"고 했다.
재판부는 "법외노조 통보 제도는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의 결단에 따라 폐지된 노조 해산 명령 제도를 행정부가 법률상 근거 내지 위임 없이 행정입법으로 부활시킨 것으로 시행령 조항의 위헌성을 판단함에 이러한 제도의 연혁을 마땅히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다수의견에 대해 김재형 대법관은 "'법외노조 통보'가 아니라 정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보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또 안철상 대법관은 "전교조의 위법사항에 비해 정부의 처분이 과도한 것이다"는 별개의견도 나왔다.
이에 대해 대법관 이기택, 이동원은 "노조법과 교원노조법, 시행령은 명확해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다. 법률 규정에 따르면 원고는 법외노조이고, 이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안이 있다면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날 선고에는 김선수 대법관을 제외한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김 대법관은 변호사 시절 전교조 측 소송대리인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어 심리에서 빠졌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전교조 가처분 사건을 맡아 법외노조 처분 효력을 정지시키는 결정을 내렸지만, 본안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참여했다.
전교조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10월 해직교원 9명이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전교조는 즉각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가처분 사건에서는 모두 전교조가 이겼다.
하지만 본안 소송에서는 전교조가 1심과 2심 모두에서 패소했다. 2심 단계에서는 현직 교사만 조합원이 될 수 있도록 한 교원노조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도 제청됐지만 헌재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실업자뿐 아니라 해고자도 노조 활동을 가능케 한 노조법 등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이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안을 따른 것이다.
